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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섭 Oct 23. 2018

2020년의 이마트가 궁금한가요?

중국 선전 New ICT 탐방기- 下편[유통의 왕좌]


중국에서 만들어진 '신유통'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풀어서 말하면 '새로운 유통'이라는 좋은 뜻인데, 요즘은 하도 New ICT 용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다 보니 이 단어 역시 영악한 마케터가 만든 '과대포장'일 거라는 의심이 들었다.  왜 5G, AI, 빅데이터, 블록체인처럼 새로운 기술들이 순식간에 시장의 '관심사'를 점령하고 있지만 그중에 지금 당장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아직 없지 않은가. 중국이 자랑하고 있는 '신유통'이란 것이 이런 껍데기인지 아니면 '혼모노'인지 의심스럽던 찰나, 중국 선전의 신유통을 직접 경험해보았다.


하지만 내 의심과 달리 선전의 신유통은 생각보다 훨씬 더 손에 잡히는 '진짜 변화'였다. 변화를 선도하는 기술은 마치 스틱스 강 같아서 한번 그 기술을 경험한 사람은 다시 예전의 불편한 구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나오는 '안 본 눈 삽니다'라는 말은 혁신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중국의 신유통은 대륙의 소비자들에게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래'를 선보이고 있었고 일반 소비자들을 스틱스 강 저편으로 실어나르는 중이었다.


중국의 전자 결제는 진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알리페이와 위챗 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이미 한국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편리해졌고, 보편화되었다. 당장 인터넷에 '중국의 전자 결제'라고 검색해보면 알리페이와 위챗 페이에 대한 심층 분석을 샅샅이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그렇게 흔한 전자 결제 방식에 대한 소개보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두 개의 '신유통 상점'에 대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바로 '허마센셩'과 '미래 상점'이다.




허마센셩


하마 선생(신선한 생물)이라는 언어 유희인데 매우 귀엽다..취향저격


허마센셩은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강력하게 투자하여 만들어진 브랜드 뉴- 신개념 대형마트다.

즉, 마트 + 모바일 = 허마센셩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도록 만들어진 혼종 중의 혼종이라고 하겠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허마센셩 어플을 깔고 물품을 쏙쏙 골라 주문한다. 집이 마트로부터 반경 3Km 이내에 있다면 30분 안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이 3Km 로켓 배송(?) 서비스를 쓸 수 있는 지역이라면 집값에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하니 중국인들도 이런 편리함에 깊이 감탄하고 있는 듯 하다.


한국인이 허마센셩에 갔을 때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은 길게 줄지은 계산대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깔끔하게 정리된 키오스크와 천장에 달려있는 모노레일, 그리고 즉석조리 코너를 볼 수 있다. 먼저 첫 번째로 보이는 키오스크는 말 그대로 손님이 알아서 계산하고 나가는 무인 계산대다. 최근 한국에서도 무인 계산대를 종종 볼 수 있지만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사실 점원이 뒤에서 엄마처럼 챙겨줘야 하는 '무늬만 계산기'라는 걸. 그 이유는 포인트 적용, 할인, 멤버십 같은 절차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인데 허마센셩에서는 이런 게 정말 쉽다. 그냥 물건을 가져다 바코드를 찍고(인식도 엄청 잘됨) 내 알리페이를 열어서 스캔하고 결제하면 모든 게 알아서 된다. 실제로 결제가 워낙 쉽다 보니 기계 뒤에서 손님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점원도 없다.


10초면 결제까지 완료. 엄청 쉽다.


두 번째 특징은 천장 모노레일이다. 이 신문물은 마치 롯데월드에서 타던 순환 레일을 연상시키는 '신박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는지라 처음 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가자미 눈을 뜨게 한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모노레일은 모바일 주문 전용이라며 사용하는 걸 한번 봐보라고 했다. 모바일로 주문이 들어오면 현장에 있는 점원은 해당 주문 내용을 확인하고 본인이 직접 쇼핑을 한다. (마트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꽤나 드림 잡처럼 느껴졌다) 그리곤 물건이 담긴 장바구니를 모노레일에 걸어놓는다. 그러면 장바구니가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컨베이어를 타고 배송센터로 직행한다. 내가 '헐 이게 뭐야'라는 표정을 짓고 있자 점원은 그저 찡긋 웃고 지나갔다.


실제로 보면 매우.. 신기함


마지막 특징은 재료 즉석조리 코너였다. 허마센셩은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거대한 수조들을 갖추고 있는데 그 안에는 물고기, 새우, 자라(?)처럼 기상천외한 식재료들이 펄떡펄떡 뛰는 상태로 들어있다. (조금 잔인하지만)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이거 주세요'라고 점원에게 부탁할 수 있다. 식재료를 그대로 가져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봉지채로 덜렁덜렁 들고 가도 괜찮지만, 즉석조리라는 신기한 선택지도 하나 존재하는 것이다.

큐알 코드가 붙은 물고기를 그 자리에서 담아주신다

나는 불행히도 '신기한 건 무조건 해봐야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직원분께 산 새우를 들고 곧바로 즉석조리 코너로 향했다. 이제는 새우의 조리 방법을 선택하는 차례였는데 '갈릭버터 볶음', '사천식 튀김'처럼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고 있었다. 조리를 맡기고 음식을 받기까지 대략 5분에서 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소비자는 오픈된 주방에서 지글지글 음식이 만들어지는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나는 '갈릭 버터 새우'를 먹어봤는데 조금 느끼하긴 했지만 꽤나 괜찮은 중식 메뉴였다고 생각한다. 허마센셩은 이렇게 '재밌는 쇼핑'을 만들고 있었다.


쉬림프 이즈 어웨이즈 라잇

F5 미래 상점


깔끔한 외관의 미래상점


허마센셩을 나온 뒤 들어간 곳은 '미래 상점'이었다.


이곳은 놀랍게도 '완전 무인 편의점'인데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실제로 점원이 한 명도 없다. 하지만 점원이 없는 것보다 더 놀라운 점은 '물건 역시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점원도 물건도 없는 이 요상한 상점은 어떻게 장사를 하는 것일까? 미래 상점의 물건 전부를 '그림의 떡'처럼 벽에 포스터 형태로 붙여 놓는다. 소비자는 이렇게 진열(?)되어 있는 그림을 보고 본인이 사고 싶은 물건을 키오스크에서 주문한다. 그러면 상점 뒤편에 있는 로봇 팔이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을 창고에서부터 배출구로 전달해주게 된다.

진열(?)된 그림의 떡

가게는 물건이 없기 때문인지 정말 자그마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람이 서있을 만한 공간은 고작 4평 남짓일까? 10명 정도의 사람이 들어가면 발 디딜 틈 없이 작은 동네 구멍가게를 연상한다면 이 상점이 가진 미니멀리즘 철학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주문할 수 있는 메뉴들


재미있는 점은 가게가 '청결의 자동화'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누가 들어와서 가게를 어지럽힌다면 쉽게 가게 전체가 흐트러질 것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미래 상점은 청소 자동화 기기를 통해 이런 고민을 해결하려고 한다. 과자나 즉석식품을 먹은 소비자는 자신이 앉았던 테이블에서 물건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 그저 '청소' 버튼을 한 번만 눌러주면 된다. 그러면 식탁이 마치 팩맨 마냥 내가 남긴 쓰레기를 자기 뱃속에 넣어버린다. 처음 눌러보는 나로서는 무척 신기한 경험이었던지라 누른 버튼을 또 누르며 계속 감탄하곤 했다.


쓰레기 냠냠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게가 조금 지저분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확실히 사람이 없는 곳은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인상이 무척 강했다. 그렇지만 중국의 신유통 업체들은 이런 실험을 통해 끊임없이 상점을 개선해 나간다고 한다. 실제로 중국 사람이 신기한 물건을 먼저 도입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특징이 이런 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 상점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현재에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1년 뒤, 그리고 2년 뒤 상점의 업그레이드를 자연스레 기대하게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대형마트 그것도 식료품이 있는 1층에 가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왜 카트만 봐도 두근두근 가슴이 뛰는 그런 사람, 퇴근 후에는 바로 집에 가기보다 마트를 들렀다 가는 참새 같은 사람이 있게 마련 아닌가. 그게 바로 나였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마트도 이렇게 바뀌었으면, 그리고 이것보다도 더 재미있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새롭게 변화할 유통의 미래를 보고 오니 변화의 바람이 머지않아 우리에게도 닥쳐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 덕후로서는 무척 행복한 선전의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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