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크골프가 내게 가르쳐준 인생의 후반전
엄마도 아니고, 아내도 아니고, 누군가의 일정표에 적힌 이름도 아닌 채로.
아이들은 다 컸고 이제는 각자의 공간에서...
집은 조용해졌지만 내 마음은 그제야 소란스러워졌다.
이제 나는 누구로 살아야 할까.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인생의 후반전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파크골프는 그렇게 아무 준비도 없는 나에게 다가왔다.
처음 클럽을 잡던 날,
손에 힘이 들어가 공은 엉뚱한 곳으로 굴러갔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지만,
그날 이상하게도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오랜만에 “오늘 하루 잘 보냈다”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파크골프를 배우며 가장 먼저 마주한 건 낯선 용어들이었다.
파, OB, 티샷, 페어웨이, 어드레스,스텐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 노트에 적어가며 외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용어들이
내 인생을 설명하는 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OB는 공이 코스를 벗어났을 때를 말한다.
나는 인생에서 수도 없이 OB를 냈다.
아이를 키우느라 나를 잃었고,
하고 싶었던 일들은 늘 코스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파크골프에서는 다시 티에 공을 올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파는 정해진 기준이다.
누군가는 빠르게 넘기고, 누군가는 천천히 도착한다.
예전의 나는 늘 남의 속도에 나를 맞췄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 페이스로 가도 괜찮다는 것을.
조금씩 실력이 늘자, 옆 사람의 스윙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럴 땐 이렇게 치면 좋아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말을 건넸을 때,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가 아직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눈물 나게 고마웠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단순히 운동을 배우고 있는 게 아니라,
다시 사회로 나아갈 용기를 얻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욕심이 생겼다.
더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언젠가는 강사로, 심판으로
내가 배운 이 세계를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어졌다.
돈을 벌고 싶어서라기보다,
내가 여전히 성장 중인 사람이라는 증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62세에 시작한 이 인생의 후반전은
젊을 때처럼 빠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중요한 건 멀리 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코스를 걸어가는 마음이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파크골프장으로 향한다.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이 후반전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내 공을 직접 치며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