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N잡, 또 하나의 용기
아침부터 마음이 이상하게 가벼웠다.
오늘은 또 하나의 N잡을 향한 시험날.
책상 위에 쌓아 올린 시간과 마음을 조심스레 접어
가방에 넣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나름 정말,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솔직히 말하면… 대학생 때 이 정도로 했으면 서울대 갈 뻔했다.
그런데 오늘은,
공부의 결과 이전에 하루의 결이 너무 좋았다.
주차는 기가 막히게 한 번에 되었고,
식사는 부담 없게 딱 좋았고,
시험 전 마지막으로 머물 수 있었던 공간은 조용하고 따뜻했다.
시간은 충분했고, 날씨는 과하지 않게 맑았고,
몸도 마음도 “지금이다”라고 말해주는 컨디션이었다.
이런 날은 안다.
괜히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시험지를 펼치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구나.”
아니, 어쩌면
하나님이 나를 살짝 밀어주시는 날일지도 모르겠다고.
새로 시작하는 이 일은
단순히 자격증 하나, 수입 하나를 넘어
내 삶에 또 다른 좋은 인연을 데려와 줄 것 같고,
조금 더 숨 쉴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선물해 줄 것 같다는
이상할 만큼 단단한 확신이 들었다.
물론 두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혹시 안 되면 어쩌지?”
“또 실패하면 마음이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은 늘 그렇듯 문 앞까지 와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두려움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래도 나는 왔다.
도망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한 번은 이긴 거야.
희망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이렇게 조용히 속삭이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사랑은 누군가의 응원일 수도 있지만
오늘의 나는,
나 스스로를 믿어준 것이 가장 큰 사랑이었다.
결과가 어떻든
오늘은 분명히 기억될 하루다.
두려움을 넘어 앉아 있었고,
새로운 삶의 문 앞에서
문고리를 잡아본 날이니까.
그리고 나는 믿는다.
합격할 거라고. 꼭.
이 확신은 기도처럼 조용하지만,
의심보다 훨씬 크다.
오늘,
나는 또 하나의 시작을 통과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작은
내 인생을 조금 더 따뜻한 방향으로 데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