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멈춘 것처럼 보여도, 삶은 준비 중이다
겨울은 늘 묻지도 않고 길~다.
손끝이 시리고, 숨을 들이마시면 마음까지 얼어붙는 것 같은 계절.
아무리 두꺼운 옷을 껴입어도 추위는 안으로 스며든다.
요즘의 나는 꼭 그런
겨울 한가운데에 서 있는 기분이다.
아직은 움직이기 어렵고,
무엇 하나 쉽게 시작되지 않는다.
땅은 단단히 얼어붙은 것 같고,
그 위에 서 있는 나는
그저 움츠린 채 시간을 견디고 있다.
그런데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보이지 않을 뿐, 언 땅 아래에서는
봄이 살아서 숨 쉬고 있지 않을까.
아주 작은 틈을 찾으며,
언젠가 올라올 순간을 기다리며
지금도 조용히 꿈틀대고 있지는 않을까.
봄은 늘 그렇게 왔다.
아무 소리도 없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길가에 노란 꽃 하나를 피워 놓고
“나 여기 있어” 하고 말하듯.
나는 봄을 좋아한다.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계절이어서.
괜찮아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숨이 풀리는 계절이어서.
그래서 믿어보기로 한다.
지금의 이 시간도 헛되지 않다고.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내 안에서는 분명히 무언가가 준비되고 있다고.
내 인생의 봄도,
조금 늦을 뿐 다시 올 거라고.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은 움츠려도 괜찮다.
봄은 늘, 가장 차가운 순간을 지나
가장 조용한 방법으로 찾아오니까.
오늘도 나는 기다린다.
조금 더 따뜻해질 내 마음의 날씨를.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해본다.
“봄아, 천천히 와도 되니까
꼭 오기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