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는 마음에도 사정은 있다

관계 앞에서 자꾸 뒤로 물러나는 나! 왜 그럴까?

by 슈퍼리치

나는 문제 많은 사람이다.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돌이켜보려 하면 시작점은 흐릿하고, 대신 지금의 나만 또렷하다.


나는 사람들 속에 있어도 늘 혼자다.


정확히 말하면, 혼자 있는 쪽을 선택한다.


사람들과의 소통이 힘들다기보다는
어쩌면… 소통하고 싶지 않다.

구구절절 수다를 떨고
서로의 속마음을 꺼내놓고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감정을 주고받는 일들이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재미가 없다.


의무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노동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것도 정신병일까?’
‘나는 뭔가 고장 난 걸까?’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말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아끼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쉽게 마음을 열었던 적도 있었고
열심히 이해하려 애쓴 시간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이 지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불필요한 관계를 피하며
조용한 성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아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현실이다.
돈을 벌고, 세상을 살아가려면
소통은 피할 수 없다.
침묵만으로는 계약도, 신뢰도, 기회도 얻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갈등한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억지로라도 바뀌어야 하는 걸까’

아마 정답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과 깊이 소통하지 않아도 되고
그렇다고 세상과 완전히 등을 질 필요도 없다.

나는 수다형 인간이 아닐 뿐이다.
많은 사람과 얕게 연결되기보다는
적은 말로 필요한 만큼만 연결되는 방식이
나에게 더 맞는지도 모른다.


소통이란 꼭 마음을 전부 꺼내놓는 일이 아니라
필요한 말을, 필요한 만큼, 진실하게 건네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 정도의 소통이라면
나도 연습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여전히 말이 적고
사람들 틈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병이라 부르지는 않기로 한다.

이건 결함이 아니라
내가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나만의 방식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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