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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지휘자 Aug 10. 2020

길었던 문래게스트하우스 운영에 마지막 마침표 찍기

숙소발전소라는 회사를 만들고

다섯번째 위탁운영숙소로

문래게스트하우스 운영을 맡은지

벌써 1년 9개월을 채워가고 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낮,

문래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8월 말까지로 숙소 운영을

끝마치기로 합의했다.


내가 가장 오랜기간 운영했던 숙소,

가장 낙후된 시설을 가졌던 숙소,

가장 독특한 지역에 위치한 숙소,

가장 정이 많이 들었던 숙소,

가장 오래된 매니저들이 함께한 숙소,

이 숙소는 그만큼 내게 각별했고

나 말고도 같이 땀흘렸던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2017년 가을이었나,

문래동에 숙소를 하고 싶다고

창업교육을 받으려고 문의를 주셨던게

벌써 3년이 지났다.

객실 수를 정하고

들어갈 물품들과 기본적인 운영세팅까지

이 숙소는 다른 숙소와 다르게

처음에 세팅도, 중간부터 운영도

나와 우리 회사가 도맡아했던

숙소의 모든 것들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정이 많이 든 숙소다.


문래동이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이 문래게스트하우스가

신풍장여관이라는 30년이상

문래창작촌 노동자분들의 보금자리로

활용했다는 사실을 접했다.

그 후론 이 숙소의 의미가 좀 더 특별해진 것 같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기름보일러로 온수를 써야 하는,

매 달 기름을 채워넣어야 하고

겨울이면 사용되는 기름량에

혀를 내두르기 일쑤고,

전기가 내려가거나 소방설비가 오작동하거나,

비가 오면 옥상에서 물을 퍼 내야하거나.

시설적으로 보면

이런 숙소가 또 있을까 할 정도로

우릴 힘들게도 쓴웃음 짓게도 했다.


객실과 욕실 곳곳에 x을 싸질러놓은 사람도,

숙소가 외졌다고 오다가 가버리는 사람도,

세계일주중인 외국인 가족들도,

일년동안이나 지내던 사람도 있었다.

이런 추억들이 멈춘다고 생각하니

다른 때랑 다르게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부터는 문래책방이라는

독서모임으로도 활용되고 있고,

봄과 가을에는 매일 옥상에 올라가

노을을, 야경을 감상하는 장소로 좋았다.


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문래게하는 더더욱 오래

위탁운영을 맡았을텐데.


아무리 내가 숙소 운영의 경험자이자

전문가라고 이야기를 듣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해 아무것도 손 쓸 수 없어서

요 몇 달간 무력함에 참 씁쓸했다.


숙소발전소는 다행히 작년부터는

교육위주의 회사로 바꿔놓아서

여파가 클 것 같지는 않지만

이 내가 사랑했던 숙소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정리해야할지,

이 허전함이 언제까지 갈지

기분이 이상하다.


문래게스트하우스

문래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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