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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지휘자 Oct 30. 2019

숙소 운영할 때 '언어'가 주는 안도감과 편안함

한 번쯤은 말하고 싶었던  '언어'

문래동에 들어온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우리 회사가 운영을 맡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이제 '자리가 잡혔다'란 생각이 들만큼

주중, 주말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들어찬다.


여러 그래프로도 느껴지고

무엇보다 일하는 매니저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라서

뿌듯하기도 하고, 더 재미있는 상상들을 하며

이것저것을 계획해보기도 하는 요즘이다.


특히 한국인에게도 아직 생소한 지역인

문래동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묵고 있다는 건

다른 지역(홍대..명동..종로 같은)에서 그러한 것보다

훨씬 더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다.


운영하면서 자리를 잡았다고 느끼는 또 다른 부분은

투숙객들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일본인, 중화권이 대다수였다면

이젠 동남아와 중화권 뿐만 아니라

러시아, 프랑스, 벨기에, 독일, 에콰도르 등

각양각색이 되어가고 있다.

하루에 영어를 더 많이 쓰게 되는 날도 생기고

한국인 보기가 힘든 날도 생기게 되었다.

이건 분명 숙소가 건강해지고 있고, 체질개선이 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국내에는 한국인들의 비중이 50%를 넘는 숙소들이

대다수라고 생각하고 있고 데이터를 찾아봐도 그러해 보인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 창업을 상상할 때는

'다양한 외국인이 넘쳐나는 게스트하우스'를 머릿속에 그렸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보니 다양한 외국인을 유치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예약채널에 대한 활용능력이 올라갈대로 올라간 오늘의 우리 회사 조차도

명확하게 '어떻게 당신들이 운영중인 숙소는 외국인이 상대적으로 다양한겁니까?' 라고 물으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어느 하나만 몰두한 것도 아니고, 다양한 요소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우리가 운영한 숙소에는 생각해보면

대응가능한 언어가 3개 이상은 늘 되었던 것 같다.

영어 뿐만 아니라 일본어도 곧 잘했던 제임스, 중국사람같은 소통능력을 보여준 벨 말고도

우리가 뽑고 함께하는 매니저들도 다들 언어 한 두개씩은 너끈히 할 수 있었다.

매니저의 국적도 프랑스, 일본, 독일, 칠레, 덴마크까지 다양했다.


10월 30일 오늘의 우리 숙소에는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한 매니저도 있고, 

러시아어가 유창해서 러시아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매니저도 있고,

곧 일본에 유학예정인 매니저도 있다.

우리가 투숙객들과 주고받는 메신저도 5개..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정확하게는 지금 이 글자들을 치기 전까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고, 이러한지도 몰랐다.

고스펙 매니저들이었구나ㅠ.ㅠㅋ


생각해보면 우리 숙소를 찾아오는 외국인들은

어쩌면 우리의 언어를 듣고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꼈을 것 같다.

누군가 낯선 나라에 갔을 때 숙소에서 반겨주는 사람이 내 나라의 언어를 하고 있다면

얼마나 반갑고 다행이라고 생각할까.


예약채널관리도, 홍보도, 청결도

숙소에선 중요한 요소들이 많다.

나도 업주들을 상대로 교육을 하는 입장인데

한 번도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친화력좋은 매니저가 스탭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재잘거릴 수 있는, 이야기 할 수 있는 언어능력이 없다면

만족도를 올려내기란 힘들 것 같다.


언어를 잘하는 매니저를 골라 뽑은 것은 아니다.

언어가 조금 어설퍼도 손님에게 쭈빗쭈빗이라도 다가가서

말을 걸고 웃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싶었다.

우리는 모두 언어전문가는 아니고, 기껏해야 전공자나 취미로 배운 정도.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다보니

우리의 모든 매니저들과 나는 언어 울렁증이 있지도 않고

자연스레 언어 습득능력도 조금은 올라간 것 같다.



눈치를 보고, 낯설어하는 여행자에게 다가가서

'당신 우리 숙소 잘 왔어', '오느라 고생했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새벽이든 밤늦게든 간간히 오는 요청이나 질문에 대해

짜증보다 거뜬하고 유쾌하게 답변할 수 있는 것,

숙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성공의 조건을 묻는다면

배우기 힘들겠지만 꼭 갖췄으면 하는 것이다.

하나하나 숙소가 잘되기 위한 것들을 고민하고 테스트하는 것은

참으로 즐겁다.

산으로 바다로 향하는 내 글의 방향은 별로 즐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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