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의 제일 우선순위는 투숙환경이다
요즘 오랜만에 내 숙소를 직접 청소해 보고
일주일에 몇 차례씩 현장에 가서
집중해서 들여다보는 시간들을 즐기고 있다.
에어비앤비 채널에 숙소 판매를 시작한 지
보름이 조금 넘었다.
매일 수십 번의 걱정, 수십 번의 안도, 수십 번의 뿌듯함이 교차한다.
여행지도 아닌 서울 끝자락 변두리에 위치한 숙소가
과연 흥행할 수 있을까 걱정도 사실 많다.
나도 사람인지라 분명 실패를 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숙소운영교육을 하는 사람이고
돈을 내고 내게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천명 가까이 될 텐데
나는 변명하지 말아야지,
잘 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해 봐야지,
안되면 왜 안되는지 명확하게 이유라도 찾아야지란 생각으로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 같다.
다행히 오픈 보름 만에
처음 생각했던 내 예상대로 숙소는 흘러가고 있다.
가오픈기간 다양한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여러 차례 받고
하나둘씩 숙소의 작은 부분들을 바꿔나가고 있다.
지인들의 피드백과 후기 덕에 고객들의 후기들도 채워지고 있고
다음 달 초엔 그 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달 숙소 운영하면서 알고 지낸
내 또래의 숙소 대표님을 만났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조그마한 에어비앤비 운영도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게 에어비앤비는 부담 없이
운영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처음 내가 숙소를 운영할 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숙소를 운영하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이것저것 예쁘고 감각적인 시선만 가지고
숙소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예쁘다', '감각적이다', '트렌디하다'
내 숙소의 후기에 이런 딱지들이 붙길 바랄 것이다.
음, 근데 지나고 보면 숙소의 호감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는 건
이런 겉 부분이 아닌
숙소에 묵었을 때 편안했는가 하는
투숙환경에 있는 것 같다.
감각적이지 않아도, 예쁘지 않아도,
조금 서툴더라도,
숙소 오픈할 때 첫 1-2개월은
누군가 숙소에 와서 편안하게 하루이틀을
묵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글에서 숙소에서 자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숙소에서 가장 중요한 건 투숙환경이고
그 어떤 것도 이를 능가하는 건 없다고 본다.
침대가 편안한지,
그렇지 않다면 매트리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이고
자는데 밖에 소음은 없는지,
그렇지 않다면 샷시 보수나 다른 소음방지를 위한 방법은 없는지 고민할 때이고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는 게 시원치 않다면,
출력 좋은 드라이기로 교체해야 하나 고민할 때다.
내 숙소에 묵는 손님들이
편안하게 하루 묵기에
모든 물건들과 집기들이
손님들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 맞게 있는지도.
나도 오랜만에 숙소를 다시 운영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예쁜 소품, 멋지고 감성적인 소품 하나 바꾸지 않았다.
여성분들이 긴 머리를 말릴 때 걱정 없을 정도의 드라이기로 교체했고,
냄새나고 보풀이 일어난 침구류를 버리고 새로 구매했고,
내 숙소에 오는 여행객들이 요청할 만하다고 생각되는
멀티어댑터나 충전케이블 등 집기들만 몇 개 추가했을 뿐이다.
숙소에 오는 손님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얼까?
밤새서 예쁜 숙소에서 사진 찍는 게 최우선일까?
편안한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 기분 좋게 일어나는 게 최우선일까?
분명 이 숙소에도
감성적인 소품들이 교체되는 시기가 오겠지만
초반 한 달 정도는 모든 후기에서 자는데 불편함은 없었는지 하나만
집중해서 지켜볼 생각이다.
적어도 초반 한 달 정도는
이 숙소가 투숙환경을 잘 갖춘 숙소라는 걸
증명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디테일보다는 기본을,
그럼 분명히 이 부분부터 입소문 나게 되어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