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퍼 거북이 Apr 27. 2021

강사의 등 뒤에서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뒷모습을 지켜보게 된다면 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는 글귀를 본 적 있다. 마음에 콕 박힌 문장이었다. 당시에 누군가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때여서 그랬다. 몽글몽글한 연애세포를 재생시키는 글이면 더 재밌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들에 대한 글이다. 아이들이 뒷모습을 보고 있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았다. 뒷모습을 보고 있을 거라 의식한 적이 거의 없기에. 그런데  아이들은 강사가 뒤돌아서 가도 손을 흔든다. 혹여나 다시 한번 돌아보며 인사해주길 바라는 마음일까.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보며 마음이 먹먹해졌다. 조막만 한 손을 세차게 흔드는 아이들이 사랑스럽기도 하고.


간간히 아이들에게 편지를 받는다. 영어 선생님에게 쓰는 편지라고 영어 문장으로 쓴다. I love you. Thank you와 같은 문장들이 눈에 보인다. 열심히 엄마에게 물어가며 썼을 것을 생각하면 귀엽고 대견하다. 기초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라 스스로 문장을 쓰기에는 힘들 테니. 최근에 받은 편지도 그랬다. 정성스럽게 예쁜 글씨로 꾹꾹 눌러가며 쓴 편지. 아끼는 스티커들을 편지 봉투 여기저기에 붙인 마음. 그저 고마웠다. 그런데 몰랐다. 봉투 뒷면에도 스티커들이 가득 붙여져 있을 줄은. 겨울왕국, 아기 상어, 강아지, 유니콘이 수북이 놓여있다. 미처 헤아리지 못한 마음이었다. 또다시 먹먹해졌다.

뒤돌아서면 알지 못한다. 누가 뒷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는지. 뒤돌아서서 갈 때 급히 가는 것이 아닌 조금은 천천히 걸어야겠다. 언제든지 아이들이 부를 때 돌아볼 수 있도록.



작가의 이전글 강사로서 필요한 요소 세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