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인전(2019)
나의 첫 번째 휴대전화는 ‘국내 최초로 출시된 카메라폰 SK텔레텍 스카이 IM-3100’이다. 256색 LCD와 16화음 스피커에 탈부착 카메라까지 탑재한 이 폴더폰은 당시 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 있었다. 거기다 번호의 앞자리는 ‘처음 만나는 자유, 스무 살의 011, TTL’ 별로 내세울 것이 없었는지, 휴대전화는 당시 나에게 최고의 자랑거리였다. 나는 그것을 얻기 위해 정말 끔찍하게 부모님을 졸랐다.
그 이후 많은 핸드폰을 사용했지만 ‘011’ 번호만은 계속 유지했다. 그러다 성능이 더 좋은 3G 서비스가 출시되고, 최신 휴대전화를 줄 테니 ‘011’에서 ‘010’으로 번호를 이동하라는 권유 전화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딱히 전화번호가 바뀌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011’으로 시작하는 그 번호는 여전히 처음과 같이 나의 자랑이었다. 군대에 갔을 때도 사용정지로 번호를 계속 갖고 있었다. 아이폰을 살 때도 ‘010’로 신규가입을 했다. 더 이상 2G용 휴대전화를 생산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기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어떻게든 그 ‘011’ 번호를 지켰다.
하지만 생사의 고비를 겪고 나자 쓰지도 않는 그 번호를 지키는 것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이미 대부분의 전화는 ‘010’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었다. 무엇이든 가능하게 하는 애플리케이션은 나의 생활을 바꿨다. 반면, ‘011’ 휴대전화가 한 번도 울리지 않는 날이 많았다. 전화가 아니더라도 그 휴대전화를 쓸 일이 전혀 없었다. 좋은 점도 없고 쓰지도 않는 휴대전화를 계속 갖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괜한 짓으로 의미 없이 매달 내는 돈이 아까웠고, 그 생각이 들자마자 십 년 넘게 사용한 ‘011’ 휴대전화를 단번에 해지했다.
아무튼, '경찰과 조폭' '복수와 추적'은 그 시작을 알 수 없을 만큼 오래된 오락영화의 단골 소재다. 사회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대립되는 힘인 '경찰과 조폭'은 보편적인 선과 악의 갈등을 만들어내고 서로 치고받는 안정적인 재미를 만들어낸다. 아무리 졸작이라도 절대 ‘권선징악’의 원리를 어기지 않고 내심 다행스러운 교훈을 준다.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영화관을 나섰을 때 절대 영화를 곱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나 남은 재미가 있나 싶어 영화를 되새김질하다가는 그전에 느꼈던 다행스러운 교훈도 어느 정도 보장된 재미도 모두 가셔 버리고 마치 열 가지 사탕을 입에 문 듯한 미묘한 맛만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말 것이다(난 사탕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별생각 없이 영화를 보는 동안 재미있었다면 그걸로 됐다.
우연히 연쇄살인마의 표적이 되었다 살아난 조직 보스 장동수,
범인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미친개 정태석.
타협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연쇄살인마 K를 잡기 위해 손잡는다.
표적은 하나, 룰도 하나!
먼저 잡는 놈이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