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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May 28. 2019

『팩트풀니스』 세상을 오해하지 마세요

[도서]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취업준비생 처지인 후배와 나는 기숙사 저녁 식사 시간을 기다리며 거실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 오후 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에는 교착상태에 빠진 정치 갈등부터 어느 정치인과 대기업의 비리,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침체, 극심한 취업난, 끔찍한 흉악 범죄, 때 이른 폭염까지 30분 남짓의 시간 동안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었다. 아나운서의 인사말이 나오고 뉴스가 끝나고, 칙칙한 색의 푹 꺼진 소파에 앉은 우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 하루는 이런 세상이었구나' 뉴스에는 조금이라도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었다. 후배는 “어떻게 된 게 뉴스에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냐!”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나도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온통 나쁜 일 투성이인 것 같아 씁쓸했다.

  그 이후로도 좋은 소식이 얼마나 나오나 몇 번 신경 써서 뉴스를 봤지만 그날의 뉴스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주변 사람과 일에 치여 고단할 때면 종종 어린 시절을 떠오를 때가 있다. 친구들과 놀이터 흙바닥에서 흙장난을 치고, 아파트 단지에서 자전거를 타고,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아파트 현관에서 팽이 싸움을 하고, 문방구 앞에서 미니카 경주를 하고, 브라운관 텔레비전 앞에 모여 게임을 하고, 비디오테이프로 만화를 보고. 이제 와서 그때를 생각해보면 '참 행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실 그때는 더 놀고 싶어도 엄마가 부르면 집에 가야 했고, 학원 시간 때문에 축구를 하다 말고 그만둬야 했고, 좀 더 좋은 자전거를 갖고 싶었고, 더 강한 팽이를 갖고 싶었고, 더 빠른 미니카를 갖고 싶었고, 더 많은 게임팩을 갖고 싶었고, 만화를 더 많이 보고 싶었고, 맛있는 것도 더 많이 먹고 싶었고, 강아지도 키우고 싶었다. 그때 나는 그것 들을 못해서 아쉬웠고, 내 처지가 불만족스러웠고, 그것 들을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에 반해, 지금은 집에 가지 않아도 엄마가 부르지 않고 학원도 다니지 않는다. 비록 좋은 자전거와 팽이 미니카 말고 다른 것이 갖고 싶긴 하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게임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만화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맛있는 것을 이젠 직접 만들 수 있다. 강아지도 한 마리 기른다.

  『팩트풀니스』에서 한스 로슬링이 말한 것처럼 내가 사는 세상이 좋아진 것은 몇 가지 수치를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의 GDP는 내 어린 시절에 비해 배가 올랐고 신생아 사망률은 절반으로 떨어졌으며 평균 수명은 십 년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어 속상했던 그때보다 나의 세상이 더 좋아졌다고, 내가 더 행복해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오히려 나의 세상은 그러긴커녕 더 답답해지고 무거워졌다. 


  내가 세상이 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책에 나온 것처럼 뉴스에 나쁜 소식이 많이 나와서 혹은 세상을 오해하고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나의 세상은 점점 고단해졌다. 해야 할 일은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 자유가 많아졌지만 선택과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 어렸을 때는 뉴스에 뭐가 나오든 날씨를 말고 나와 상관있는 소식이 없었지만, 언제부턴가 뉴스에 나오는 소식이 전부 나와 직간접적으로 상관있게 되었다.

  세상이 좋아졌다거나 나빠졌다고 느끼는 이유는 전부 자신의 처지와 그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에게 주워진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다. 『팩트풀니스』가 수치로 그것을 장황하게 보여주며 세상이 더 좋아졌다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하지만, 결국 그것은 통계를 긍정적으로 읽어서 세상이 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끊임없이 상기할 수 있게 도와줄 뿐이다. 한스 로슬링도 결국 ‘다수를 보라’ ‘나쁜 소식을 예상하라’ ‘선은 굽을 수도 있다’ ‘위험성을 계산하라’ ‘비율을 고려하라’ ‘범주에 의문을 품어라’ ‘느린 변화도 변화다’ ‘도구 상자를 챙겨라’ ‘손가락질을 자제하라’ ‘하나씩 차근차근 행동하라’와 같은 개인의 자세를 강조한다. 이것을 전부 염두에 두는 것은 너무 현자 같은 태도일지도 모르지만, 분명 세상을 오해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자신의 세상을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통계나 수치는 세상이 좋아졌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만 실제로 세상이 좋아졌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은 그런 수치보다 각자의 긍정적인 생각이다.




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 ,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전 세계 100만부 돌파! 세계 지성계를 사로잡은 글로벌 베스트셀러 마침내 출간!
강력한 사실을 바탕으로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법을 담은 혁명적 저작

전 세계적으로 확증편향이 기승을 부리는 탈진실의 시대에,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이기는 팩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세계적 역작!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3가지 문제에서 인간의 평균 정답률은 16%, 침팬지는 33%. 우리는 왜 침팬지를 이기지 못하는가?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일수록 세상의 참모습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 10가지를 밝히고, 우리의 착각과 달리 세상이 나날이 진보하고 있음을 명확한 데이터와 통계로 증명한 놀라운 통찰.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미래의 위기와 기회에 대처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분야들이 다루고 있는데 극빈층의 비율, 여성의 교육기간, 기대 수명, 자연재해 사망자 수 등 최신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개된다. 언론 등에 휘둘리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면서 우리가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부정적인 심리 해결책도 제시했다. 즉 어떤 사건에 대해서 확대해석하거나 관점을 왜곡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출처 : 유튜브 언제나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책김영사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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