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듣고 싶었던, 해주고 싶은 말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MebyYourName,2017)

by 바리오

(…) 정말 생각도 못 한 순간에 세상은 우리의 약점을 교묘하게 찾아내지. 그저 내가 있다는 걸 기억해주렴. 지금은 아무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겠지. 다시는 어떤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다거나 그리고 나와 나누고 싶지 않은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네가 가졌던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너희 우정은 정말 아름다웠어. 우정 이상이었지. 네가 부럽다. 보통 부모들이면 없던 일로 하고 아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길 빌겠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마음을 잔뜩 떼어 내다간 서른쯤 되었을 땐 남는 게 없단다. 그럼 새로운 인연에게 내어줄 게 없지. 그런데 아프기 싫어서 그 모든 감정을 버리겠다고? 너무 큰 낭비지. (…) 나도 기회는 있었지만 너희와 같은 감정은 못 가져봤어. 늘 뭔가가 뒤에서 붙잡았지. 앞을 막아서기도 하고. 어떻게 살든 네 소관이지만 이것만 명심하렴. 우리 몸과 마음은 단 한 번 주어진단다. 그런데 너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닳아 해지고 몸도 그렇게 되지.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시점이 오고, 다가오는 이들이 훨씬 적어진단다. 지금의 그 슬픔 그 괴로움 모두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중

펄먼 교수(마이클 스털버그 분)가 그의 아들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분) 에게 하는 말


(…) And when you least expect it, nature has cunning ways of finding our weakest spot. Just remember, I am here. Right now, you may not wanna feel anything, maybe you never wanted to feel anything. And maybe it's not to me you'd want to speak about these things but feel something you obviously did. Look, you had a beautiful friendship. more than a friendship. And I envy you. In my place, most parents would hope the whole thing goes away. Pray their sons land on their feet, but I am not such a parent. We rip out so much of ourselves to be cured of things faster, that we go bankrupt by the age of 30. And have less to offer, each time we start with someone new. But to make yourself feel nothing so as not to feel anything. What a waste. (…) I may have come close but I never had what you two have. Something always held me back or stood in the way. How you live your life is your business. Just remember, our hearts and our bodies are given to us only once, and before you know it, your heart's worn out. And as for your body, there comes a point when no one looks at it much less wants to come near it. Right now, there's sorrow, pain. Don't kill it, with it, the joy you felt.

<Call Me by Your Name>

Mr.Perlman(Michael Stuhlbarg) tells his son, Elio(Timothée Chalamet)


MV5BZWRjYmRhMTUtMDhlOC00YjQ3LTk0YWItZmUxZWNmYjI4ZGEyXkEyXkFqcGdeQXVyNjUwNzk3NDc@._V1_.jpg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7)> 출처 : IMDb


나란히 앉은 부자의 모습이 너무나 가깝다. 17살 아들은 지금 난생처음 겪어보는 아픔을 느끼는 와중이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에게 든든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해 준다. 덕분에 나도 덩덜아 나의 아팠던 때가 떠오른다. 아주 지독하게 스스로에게만 갖혀있던 그때, 그리고 그때 들었던 말들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7)> 출처 : IMDb


이탈리아 시골 마을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던 17세 소년 엘리오는 아버지의 손님으로 미국에서 온 24살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와 아주 특별한 우정을 나눈다. 처음에 엘리오는 올리버를 적당한 거리를 두며 경계한다. 하지만 그들이 나눈 기묘한 악수 한 번에 엘리오가 자라며 처음 겪어보는 관계가 시작이 된다. 그 관계는 우정, 연결, 사랑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말로도 불릴 수 있다. 엘리오는 올리버에게서 끊임없이 호기심과 욕망, 충동, 무기력함을 느낀다. 둘의 연결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엘리오는 올리버를 자신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로 삼는다. 그 해 여름 엘리오는 올리버와 그곳의 날씨만큼이나 환상적이고 관능적이며 열적적인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손님은 언젠가 떠나는 법! 예정되어 있던 기간을 모두 보내버린 올리버는 자신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버리고, 자신의 특별한 존재를 떠나보낸 엘리오는 난생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깊은 슬픔에 빠진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7)> 출처 : IMDb


마이클 스털버그의 연기를 처음 인상 깊게 본 것은 미국의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에서였다. 그 이후로 영화 <시리어스 맨>, <휴고>, <링컨>, <스티브 잡스>, <닥터 스트레인지>, <셰이프 오브 워터>, <더 포스트> 등에서 그는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배역에 맞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마이클 스털버그는 주인공 소년 엘리오의 아버지 펄먼 교수를 연기한다. 고고학 교수인 펄먼은 그의 아들 엘리오가 무얼 하든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 주는, 이 시대의 많은 자식(子息)들이 꿈꾸는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유머도 응원도 충고도 외면도 모든 것이 적당하다.


MV5BZmQ0YmI1Y2UtNjJmYi00NGMxLTk3MzQtOTQ3ZDA2ZjU2NWZkXkEyXkFqcGdeQXVyMzY5MzAxMDc@._V1_.jpg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7)> 출처 : IMDb


정말 아무 쓸모없는 생각이지만 영화가 끝나고 잠시 '나에게도 펄먼 교수 같은 아버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속으로는 엘리오가 부럽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 아무런 소용이 없는 생각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얼른 다른 생각을 머릿속에 채웠다. 영화 속 이탈리아 작은 마을의 풍경이라던가, 소년 엘리오의 마음이라던가, 영화에서 그들이 입었던 반바지라던가, 뭐가 됐든.


af43734b648abf2a695fabf62ad134db975d001d.jpg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7)> 출처 : 다음


조금 뒤 다시 펄먼 교수가 생각이 났다. 이번에는 내가 펄먼 교수의 입장이 된다면? 나도 자식(子息)에게 펄먼 교수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그가 엘리오에게 뭐든 다 해줄 수 있는 아버지라는 점도 참 좋아 보였지만 자식(子息)에게 언제나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믿을만한 구석이 되어준다는 점이 멋있었다. 비밀을 만들 수 있고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아 보였다. 아버지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심지어 좀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해도 자식(子息)은 들어줄만하다고 여길 것 같았다.


어쨌든, 미래의 내 자식(子息)에게는 지금 내가 느끼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진 않았다. 태어나서 자란 다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든, 다른 어떤 영화를 보든 말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자식(子息)이 내 마음 같진 않겠지만 지금은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봐서라도 펄먼에게서 조금이라도 노하우를 배워두고 싶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MebyYourName,2017)

연출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a27f086902bfd54d4461c35135bb0a35734a93cb.jpg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7)> 출처 : 다음


1983년 이탈리아 여름, 17살 소년 엘리오는 아버지의 조수로 찾아온 손님 24세 올리버와 사랑에 빠진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7)> 출처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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