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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Dec 20. 2018

<마약왕> 마약왕? 이두삼 씨! 새겨들으세요!

[영화] 마약왕 (THE DRUG KING, 2017)

  지나온 날을 돌아보면 정말 많은 충고를 들었다. 그중에는 굉장히 의지하는 사람에게 들었던 충고가 있고 이제와서 얼굴이나 음성을 떠올릴 수 조차 없는 스쳐 지나간 사람에게 들었던 충고도 있었다. 지금까지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충고가 있고 고막에 닿기도 전에 이미 귓바퀴에서 날아가버린 충고도 다. 특히, ‘남자는 무조건 멋있어야 하고, 남자의 최고의 멋은 유머다’라던가, ‘아는 만큼 여유롭다’라던가, ‘문제를 삼지 말라’와 같은 충고는 지금도 일주일에도 몇 번씩 머릿속으로 되새긴다.


마약왕 (THE DRUG KING, 2017) 출처 : 다음


  내가 들었던 충고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충고는 스무 살 초반에 만난 보험 심사원 아저씨의 충고다. 그때 나는 발목이 좋지 않아서 수술을 받았고 아저씨는 그 수술에 대한 보험료 청구를 심사 하기 위에 나를 찾아왔다. 지금은 와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아저씨가 보험 심사원이었다는 것 말곤아무것도 기억나는 것이 없지만 아저씨가 나에게 했던 충고만은 여전히 똑똑히 기억한다.

  그때 아저씨와 나는 이른 아침부터 내가 진료받은 적이 있는 정형외과를 모조리 찾아다니며 진료기록을 모았다. 오전 11시쯤 그 일이 모두 끝나자 아저씨는 나를 데리고 카페에 들어가 따듯한 코코아 한 잔을 사줬다. 아! 그때 날씨가 굉장히 추워서 아저씨가 사준 코코아가 정말 따듯하게 느껴졌다. 그 자리에서 아저씨는 나에게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해줬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왜 이 직업을 갖게 되었는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조금 시시콜콜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세히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절대로 다른 사람이 미리 내놓은 발자국을 따라 가”라고 말했다. “아무도 걷지 않은 눈을 헤집고 가는 것보다 기왕이면 다른 사람이 내놓은 발자국을 디디따라가는 편이 좀 더 힘들이지 않고 멀리 갈 수 있어. 그러니까 기왕이면 다른 사람이 먼저 간 흔적이 있는 길을 선택해서 따라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길을 새로 내려면 굉장히 힘들어.”


마약왕 (THE DRUG KING, 2017) 출처 : 다음


  나는 살면서 이 충고를 거의 따르진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마다 이 충고가 떠올랐다. 그러면 깊게 쌓인 눈밭에 이제 막 처음으로 발자국을 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어쩐지 기합이 들어가서 힘도 더 났다. 하지만 영화 <마약왕>을 보고 처음으로 ‘내가 만약 그때부터 그 충고를 따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아마...발은 덜 시렸을 것 같았다.


마약왕 (THE DRUG KING, 2017) 출처 : 다음


  이두삼이 가장 처음 교도소장의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적어도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거나 총을 맞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최진필과 서상훈의 충고를 들었다면? 그럼 이두삼은 좀 더 오래 취해있었겠지. 영화 내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두삼에게 충고 한 마디씩 했다. 하지만 이두삼은 듣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는 순전히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산 것이다. 애초에 그렇게 살 사람처럼. 물론 처복 덕에 왕이 되는 것만은 면했겠지만 말이다.




마약왕 (THE DRUG KING, 2017)

연출 우민호

출연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


마약왕 (THE DRUG KING, 2017) 출처 : 다음


국가는 범죄자, 세상은 왕이라 불렀다
"애국이 별게 아니다! 일본에 뽕 팔믄 그게 바로 애국인기라!"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대한민국,
하급 밀수업자였던 이두삼(송강호)은 우연히 마약 밀수에 가담했다가
마약 제조와 유통 사업에 본능적으로 눈을 뜨게 되면서 사업에 뛰어든다.

"이 나라는 내가 먹여 살렸다 아이가"
뛰어난 눈썰미, 빠른 위기대처능력, 신이 내린 손재주로 단숨에 마약업을 장악한 이두삼
사업적인 수완이 뛰어난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 분)가 합류하면서
그가 만든 마약은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달게 된다.
마침내 이두삼은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하며 백색 황금의 시대를 열게 된다.

한편, 마약으로 인해 세상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하고
승승장구하는 이두삼을 주시하는 한 사람 김인구(조정석)가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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