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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Dec 23. 2018

<카우보이의 노래>와 <타인들의 책>진짜 자유로운 것

[영화] <카우보이의 노래, 2018> 와 『타인들의 책』

  나는 단편 소설을 좋아해서 즐겨 읽는데, 주로 '어니스트 헤밍웨이'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오에 겐자부로'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들을 읽는다. 그들 모두는 뭐로 보나 자타공인의 위대한 작가들이지만, 그들의 위대함은 그들이 쓴 단편 소설을 읽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내가 무엇보다 많이 읽는 단편 소설은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들이다. 특히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열> <보존> <칸막이 객실> (대성당/김연수 역/문학동네/2007)을 참 좋아한다. 그것들을 읽고 있으면 어쩐지 내가 마시는 공기의 밀도와 내 엉덩이가 닿고 있는 면의 촉감과 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온도가 소설과 동일하게 느껴져서 그대로 소설 속에 푹 파묻히는 듯하다. <기차>의 경우에는 머릿속에 마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같은 장면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져서 언젠가 영화에서 실제로 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아무튼 나는 그렇다.


  어느 날, 나는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다가 표지에 '제이디 스미스'가 쓰여있을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그대로 집어 들었다. 『타인들의 책』 솔직히 책의 제목은 상관없었다. 비록 제이디 스미스의 팬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들이 호평을 해서 그녀에게 흥미가 있었다. 나는 왜 그녀의 이름이 거기 쓰여있는지 궁금했다. 그전까지 내가 읽은 그녀의 책은 『하얀 이빨』이 전부였고 아쉽지만 그 책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21세기의 천재 혹은 신동이라 불리는 우리 시대 대표적인 영미 작가 23인이 한데 모여 벌인 자유롭고 독창적인 단편집 프로젝트’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인물’을 만들 것’  ‘그렇게 탄생한 인물의 이름을 작품의 제목으로 할 것’  ‘그 외의 모든 것에 제한은 없음’  ‘인세 수익을 전액 기부하는 자선 문집

  여기서 말한 21세기의 천재 혹은 신동은 조지 손더스, 조너선 사프란 포어, 데이비드 미첼, 닉 혼비, 벤델라 비다, 토비 리트, 미란다 줄라이, 조너선 레섬, 제이디 스미스, A. L. 케네디, A. M. 홈스, 하이디 줄라비츠, 알렉산다르 헤몬, 에드위지 당티카, 데이브 에거스, 콜럼 토빈, ZZ 패커, 앤드루 오헤이건, 애덤 설웰, 하리 쿤즈루, 앤드루 숀 그리어, 대니얼 클로즈, 크리스 웨어를 말했다. 여기에는 낯익은 이름도 있었고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제이디 스미스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책을 읽기 위한 나의 흥미와 호기심이 충분했다. ‘제이디 스미스가 쓴 단편이라니, 과연’


  요즘, 이왕 이용권을 결재했으니 넷플릭스에 있는 영화를 많이 보려고 하는데 이번에 본 영화는 <카이보이의 노래>라는 서부 시대 배경의 옴니버스 영화다. 코엔 형제의 첫 넷플릭스 제작 영화로 리암 니슨과 브렌던 글리슨과 톰 웨이츠와 혹성탈출의 제임스 프랭코 등이 출연한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으며……뭐 그렇다.

  일단 영화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뭔가 오랜만에 코엔 형제의 작품에서 ‘쌩쌩함’을 느낄 수 있어 너무 반가웠다. 그것은 마치 처음 <아리조나 유괴 사건>을 봤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와 촬영과 의상도 딱히 흠잡을 곳 없이 좋았다.


카우보이의 노래 (The Ballad of Buster Scruggs, 2018) 출처 : IMDb


  영화가 끝나고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코엔 형제의 이 영화가 『타인들의 책』처럼 예산이 빠듯하고 감독과 배우의 개런티가 거의 없는 자선 영화로 제작되었다면 어땠을까? 코엔 형제는 좋은 감독이니까 어떻게 하든 분명 괜찮은 타협안을 찾아내 나쁘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 냈겠지만 절대 지금 같은 완성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어쨌든 이번에도 세상의 변화는 시간의 승리가 될 것 같았다.


  난 분명 처음 『타인들의 책』을 샀을 때 제이디 스미스의 단편에 많은 기대를 했다. 비록 원고료는 없지만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 소설에 대해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녀의 단편소설 제목조차도. 그렇다고 제이디 스미스의 실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그녀가 이번엔 전혀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글을 쓴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카우보이의 노래 (The Ballad of Buster Scruggs, 2018)

연출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팀 블레이크 넬슨, 제임스 프랭코, 리암 니슨, 톰 웨이츠, 조 카잔, 타인 데일리


카우보이의 노래 (The Ballad of Buster Scruggs, 2018) 출처 : 다음


무법자들의 세상으로 떠날 준비 됐는가? 미국 서부 개척 시대, 먼지 날리는 황량한 풍경 속에 예측할 수 없는 비극과 희극이 교차한다. 어디에 정착하든 끝까지 의심하라.

출처 : 넷플릭스

버스터 스크럭스라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섯 가지 이야기를 그린 <카우보이의 노래>는 주인공 역을 맡은 팀 블레이크 넬슨을 포함해 리암 니슨, 제임스 프랑코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올해 11월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될 이 작품은 베니스에서 첫 선을 보였다.(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카우보이의 노래 (The Ballad of Buster Scruggs, 2018) 출처 : 유튜브 Netflix Korea 채널





타인들의 책 / 제이디 스미스 , 조지 손더스, 조너선 사프란 포어, 데이비드 미첼, 닉 혼비, 벤델라 비다, 토비 리트, 미란다 줄라이, 조너선 레섬, 제이디 스미스, A.L.케네디 지음 / 강선재 옮김 / 2016


『타인들의 책』


일찍이 본적 없는 단편집의 탄생!

데이비드 미첼, 조너선 사프란 포어, 닉 혼비 등 21세기의 천재 혹은 신동이라 불리는 우리 시대 대표적인 영미 작가 23인이 한데 모여 벌인 자유롭고 독창적인 단편집 프로젝트 『타인들의 책』.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인물’을 만들 것. 단, 그렇게 탄생한 인물의 이름을 작품의 제목으로 할 것. 그 외의 모든 것에 제한을 두지 않은 창작 환경이 작가들을 매혹시켰고, 자유롭게 쓰였기에 기발하고 강렬한 23인의 ‘타인’들의 삶이 탄생되었다.

전형적이고 안정적인 느낌을 풍기지만, 사람들 수만큼이나 각양각색의 일들이 벌어지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 별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호기심과 설렘을 가져다주는 존재, 일상화된 풍경을 절묘하게 묘사하고 그 속에서 반짝 빛나는 순간들을 포착해 보여줌으로써 우리 기억 속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는 순간들을 끄집어내 정체된 일상의 공기에 작은 물결을 일으키는 ‘사랑’ 등 다양한 소재로 한 ‘타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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