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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Dec 24. 2018

<프라이빗 라이프> 멈춤 또한 필요한 시간

[영화, 넷플릭스] 프라이빗 라이프 (Private Life, 2017)

  나는 어릴 때 건담을 참 좋아했다. 가끔 용돈을 모아 건프라(건담 프라모델)를 하나 사면 몇 날 며칠 방에 틀어박혀서 그것을 정성스럽게 조립을 하고 꼼꼼하게 도색을 했는다. 그 나이에 그때만큼 뭔가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적도 드물다. 한참을 건프라에 몰두하다 보면 가끔 아귀가 잘 안 맞는 부품이 있었다. 처음에 조립 설명서와 결합이 되는 양쪽을 잘 살펴봤다. 그러다 문제를 찾을 수 없으면 결국 힘으로 우겨 끼워보려고 했다. 힘으로 될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하면 건프라에서 한 번도 불량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플라스틱 조각에 힘을 줄 때면 항상 ‘이번에는 진짜 불량이다' '분명히 설명서에 나온 대로 했어' '불량이라 좀 뻑뻑한가 보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을 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힘을 주다 보면 결국 “뚝!” 소리와 함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바닥에 떨어졌다. 부품이 아예 부러져버렸다. 난 짜증을 삼키며 접착제 조각을 다시 붙였다. 접착제가 마를 때까지 몇 분 동안 힘주어 두 조각을 누르고 있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결함을 하려고 힘을 주었다. 하지만 당연히 또 “뚝!”


프라이빗 라이프 (Private Life, 2017) 출처 : IMDb


  이복 조카 새디(케일리 카터 분)의 난자를 제공받아서까지 한 체외 인공수정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리차드는 레이첼만 남겨둔 채  말없이 개를 산책시키러 밖으로 나간다.

  내 생각에는 리차드, 레이첼 부부가 스스로를 끝까지 몰아붙여 부러뜨리기 전에 필요했던 것은 딱 그 정도의 시간이었다. 개와 산책하는 정도의 시간. 럼 그들은 나처럼 괜한 힘을 계속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시종일관 부부로써의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여유 없이 쏟아내기만 했다. 하지만 지난 일을 후회해봤자 무얼 하겠는가? 어쨌든 이제 그들에게 접착제 정도는 필요하게 됐다.


프라이빗 라이프 (Private Life, 2017) 출처 : IMDb


  난 결국 손과 부품에 접착제를 덕지덕지 묻힌 채 순간접착제로 아예 두 조각을 붙어 벼렸다. 그러면 건담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모양이 흉해졌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나는 ‘그냥 접착제로 붙여두고 텔레비전이라도 보고 왔으면 좀 나았을 것을……’이라는 생각을 한다.




프라이빗 라이프 (Private Life, 2018)

연출 타마라 젠킨스

출연 캐서린 한, 폴 지아마티


프라이빗 라이프 (Private Life, 2017) 출처 : 다음


희망은 마지막 순간에 찾아오는 것일까? 난임으로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낸 40대 부부. 그들은 실패하고 절망하고 포기하려 했다. 조카에게서 한 줄기 빛을 보기 전까진.

출처 : 넷플릭스


프라이빗 라이프 (Private Life, 2017) 출처 : 유튜브 Netflix Korea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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