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리오 Dec 25. 2018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분위기 좀 내볼까?!

[영화] 나 홀로 집에 (Home Alone, 1990)

  좀 전까진 크리스마스이브였고, 지금은 크리스마스다. 메리 크리스마스!


  나는 정말 오랜만에 <나 홀로 집에, 1990>를 봤다. 영화가 끝나자 마치 초등학교 때 문방구에서 맛있게 사 먹던 불량식품을 어른이 되어 사 먹었을 때의 맛이 입에서 감돌았다. 물론 <나 홀로 집에>가 불량식품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어릴 땐 참 맛있게 먹었는데 지금 사 먹어보니 ‘내가 이걸 어떻게 맛있게 먹었나’ 싶은 그런, 오랜만에 봤는데 어떠한 장면에서도 입꼬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웃을 기분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이젠 그 영화가 내겐 더 이상 재미없어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 나의 처지는 아마 캐빈(맥컬리 컬킨 분)과 비슷할 것이다. 나도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정말 놀랍게도 이 부분을 쓰는 순간 옆에서 흰돌이가 짖는다). 부모님은 아마 아침 일찍 성당에 가서 그곳의 ‘형제, 자매’와 성탄미사를 보고 크리스마스를 흠뻑 즐기다 오후에나 집에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늘 역시 성당의 성탄 행사 준비로 하루 종일 얼굴을 보기 어려웠다. 물론 크리스마스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크리스마스에 딱히 불만은 없다. 어차피 더 이상 크리스마스에 별 감흥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나에게 크리스마스가 별 감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는 이브부터 크리스마스 트리에 늘어난 양말도 걸어두고, 자기 전에 원하는 선물을 받게 해 달라고 소리 내 기도도 하고,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나 양말 안을 확인하고(처음에는 작은 레고, 좀 커서는 약간의 현금), 하루 종일 들뜬 마음으로 신나게 놀았다. 일 년 전 그해 달력을 보면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를 확인했고, 여름부터 미리 달력을 넘겨보며 마중을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고, <나 홀로 집에>의 뻔한 슬랩스틱 코미디보다, 거친 화질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조 페시의 얼굴을 보니 <좋은 친구들, 1990>이 보고 싶어 졌다. 산타와 연인이 있고 없고 와는 상관없이, 크리스마스는 그냥 보통날, 평일 전날, 한 살 더 먹기 직전,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는 날이 되었다. 마치 거친 파도를 피해 수면 아래 숨을 참고 있는 것처 하루를 보냈다.



  어쨌든, 영화 속 케빈은 혼자 집에서 참 재미있게 크리스마스를 보내던데, 2편에서도 3편에서도 그렇던데, 난 이제 크리스마스에 설레는 것도, <나 홀로 집에>를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웃는 것도 힘들겠다 생각하니 좀 서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 크리스마스는 영화 덕분에 오랜만에 한껏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다.

  근데 <나 홀로 집에>의 러닝 타임이 1시간 43분이라 너무 아쉬웠다. 좀 더 시간이 가길 바랬는데……생각난 김에 <나 홀로 집에 시리즈>가 몇 편까지 나왔는지 확인해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프라이빗 라이프> 멈춤 또한 필요한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