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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Dec 31. 2018

터득: 한 살 더하기

[일상] 끝에 서서 뒤를 돌아보며

  "2018년은 어떤 해였나요?"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맙소사, 무슨 연말 시상식에서나 할법한 질문이잖아!' 나는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그것을 슬쩍 물어본 적은 있지만, 누군가 노골적으로 나에게 그것을 물어본 적은 없었다. 생소한 질문에 곤욕스러워하던 나의 머릿속에 올해 있었던 일이 스쳤다.


  올해 몇 가지를 스스로 터득했다.


  먼저, 난 질문할 때를 구별하는 법을 터득했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은 나에게 질문은 언제나 좋은 것이라고, 그러니 항상 질문을 많이 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그들은 막상 질문을 받으면 당혹스러워하거나 성가셔했다. 그래도 난 계속해서 질문을 했다. 무언 궁금한 것을 알려면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질문을 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그 질문을 참는 법을 애써 터득해야 했다.

  “문제를 삼지 마라.”

  “참견하지 마라.”

  난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해 뻔한 질문은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대신 많은 것을 치부해버렸다.


  나는 올해 눈 감는 법을 터득했다. 여태까지 난 조금 손해 보는 일이 있더라도 매사에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계속 그러다 내가 두 번이나 까무러칠 것 같았다. 일단 나부터 좀 살아야 했기에 매사에 적당히 눈 감고 모르는 척하는 법을 배우려고 애썼다. 타인의 입장을 좀 덜 신경 쓰기로 한 것이다.


  나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법을 터득했다. 덕분에 올해는 정말 거의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외로움이란 감정은 내게 가당치 않다고 생각했다. 외로움을 느껴봤자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애초에 없는 감정으로 치자며 스스로에게 못 박아버렸고, 의도적으로 해야 할 일들에 더욱더 집중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외로움이란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면 내 상황을 잔인하리만치 냉정하게 상기했다. 더 이상 닳아버린 자신의 감정을 아쉬워하며, 부질없이 지나가버린 시간을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2018년 몇 가지를 터득했다. 그래서 결국 한 살 더 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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