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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Jan 19. 2019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영화] 주먹왕 랄프 (Wreck-It Ralph, 2012)

주먹왕 랄프 (Wreck-It Ralph, 2012) 출처 : IMDb


  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아니, 확실히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미용실에 갔을 때, 좀 전까지 쌩긋쌩긋 웃으며 손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미용사도 내가  자리에 앉기만 하면 머리 자르는 것이 난생처음인 것 마냥 아무 말 없이 가위질에만 몰두한다. 소개팅 같이, 처음 보는 사람과 밥을 먹을 때도 상대방이 상당히 불편해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 뻔히 보인다. 물론 내가 일부러 그렇게 만들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본의 아니게’ 자꾸 그렇게 된다. 덕분에 나는 친화력이 좋은 사람을 보면 상당히 부럽다. 낯선 사람과 금세 친해져 웃음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그 비결이 무엇인지 슬쩍슬쩍 보고 듣는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주먹왕 랄프 (Wreck-It Ralph, 2012) 출처 : IMDb


  나도 랄프처럼 다른 사람에게 인기가 많은 사람이 부러웠고, 다른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사람이 부러웠다. 그래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봤다. 보자마자 웃기도 해보고, 먼저 이것저것 질문도 해보고, 다짜고짜 칭찬도 해봤다. 어디선가 얻은 얄팍한 깨달음을 어설피 실천해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림없는 짓이었다. 평소와 다른 행동은 나를 어색하게 만들었고, 안 그래도 나를 불편해하는 상대방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 ‘악당’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메달을 따려고 노력하는 랄프처럼 말이다.


주먹왕 랄프 (Wreck-It Ralph, 2012) 출처 : IMDb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는 타인에게 호감과 인기를 얻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가 나에게서 자신이 좋아하는 점을 발견하는 것도, 싫어하는 점을 발견하는 것도 순전히 그들의 취향에 달린 것이었다. 그리고 랜 시간 동안 형성된 그들의 취향을 내가 어찌할 도리는 없었다. 설사 누군가의 취향에 나 자신을 맞춘다 해도, 그 바뀐 모습을 싫어하는 사람은 바로 또 생겨났다.


주먹왕 랄프 (Wreck-It Ralph, 2012) 출처 : IMDb


  랄프는 바넬로피의 호감을 얻는다. 그리고 이내 다른 많은 이들에게도 호감을 얻는다. 그가 다른 이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은 메달이 아니었다. 랄프는 악의 없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고, 바넬로피는 그 모습을 좋아했다.

  그뿐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은 악의 없이 자신의 모습을 지키는 것뿐이다.



주먹왕 랄프 (Wreck-It Ralph, 2012)

연출 리치 무어

출연 존 C. 라일리, 제인 린치, 잭 맥브레이어


주먹왕 랄프 (Wreck-It Ralph, 2012) 출처 : 다음


모든 편견을 ‘부.숴.버.려!’
“직업이 ‘악당’일 뿐, 진짜 ‘나쁜 놈’은 아니야!”

8비트 게임 ‘다고쳐 펠릭스’에서 건물을 부수는 악당 주먹왕 랄프. 30년째 매일같이 건물을 부수며 직업에 충실해왔지만, 악당이라는 이유로 누구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모두에게 인정 받는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에 급기야 자기 게임을 이탈하여 다른 게임으로 들어가는 랄프! 슈팅게임 ‘히어로즈 듀티’를 거쳐 레이싱 게임 ‘슈가 러시’에 불시착하는 랄프는 과연 게임 세계의 새로운 영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랄프가 떠난 후 고장 딱지가 붙은 ‘다고쳐 펠릭스’ 게임은 오락실에서 퇴출될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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