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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Jan 08. 2019

<캐롤> 사랑 이야기, 그것 말곤 아무것도 아니다

[영화] 캐롤 (Carol, 2015)


‘성이라는 개념은 해부학적 요소, 생물학적 기능, 행동, 느낌, 쾌감이 인위적으로 하나로 결합되면서 가능해졌고, 이로써 이렇게 만들어진 허구는 근본적 원칙이자 보편적 의미로, 그리고 모든 곳에서 발견될 수 있는 비밀의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Histoire de la sexualité』(1976~1984)


  조너선 컬러는 『문학이론』에서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Histoire de la sexualité』(1976~1984)의 한 부분을 인용하며 아래와 같이 서술한다.


푸코는 성적 결함이라는 육체적 행위와 또 인간이 생물학적 성욕과 성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주장은 19세기가 ‘성’이라는 하나의 항목 아래 잠재적으로는 매우 다른 많은 것들을—우리가 성적이라고 부르는 어떤 행동, 생물학적 구분, 신체 부분, 심리적 반응,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적 의미들 등을—묶는 새로운 방식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과 느낌 그리고 생물학적 기능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다루는 방식이 다른 어떤 것 즉 ‘성’이라는 하나의 인위적인 포괄적 단위를 창출했고, 이는 개인적 정체성의 근간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성’이라 불리게 된 이것은 오히려 이제 역으로 그 개념을 창출하기 위해 결합한 온갖 현상들의 원인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조너선 컬러, 조규형 역, 『문학이론』, 교유서가, 2016


캐롤 (Carol, 2015) 출처 : IMDb


  이번에 <캐롤>을 볼 때는 처음 볼 때와 다르게 두 사람의 사랑의 흐름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캐롤>을 볼 때는 아무래도 머릿속에 자꾸 ‘동성애’라는 키워드가 우선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롯이 두 사람의 감정에만 집중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덕분에 두 배우가 뿜어대는 미묘한 긴장감과 다양한 영화의 장점이 물씬 느껴졌다.


캐롤 (Carol, 2015) 출처 : IMDb


  하지만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점이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조너선 컬러의 『문학이론』 중 한 부분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분명 온전히 ‘두 사람의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영화를 봤다면 떠오르지 않았을 글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역시 두 사람의 사랑만에 온전히 집중했던 것은 아니다. 또 하나는, 루니 마라에게서 너무 노골적으로 오드리 헵번의 모습이 보였다는 것이다. 나는 루니 마라가 보일 때마다 오드리 헵번이 떠올랐고, 그때마다 자꾸 나의 여리한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캐롤 (Carol, 2015) 출처 : IMDb


  인자한 인상의 교수는 강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신의 강의 평가 기준을 설명했다.

  "결석 3번까지는 학점 평가 항목에서 출석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강의가 끝나고 따로 나에게 와서 출석에 대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그 교수는 그 날 무려 두 시간 동안 강의 평가 기준에 대해 설명했고, 그 내용의 대부분은 출석에 대한 이야기였다.

  다음 주, 그 교수는 수업을 진행하다가 말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나는 을 그중요하게 평가하지 않으니 지각이나 결석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그는 그 말을 그다음 주에도 그다음 주에도 학기가 끝날 때까지 심지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는 와중에도 똑같이 반복했다.

  '결석 3회 이하는 모두 출석 점수 만점'


  나는 그 학기, 그 강의, 그 교수에게서 정말 중요한 교훈 한 가지를 배웠다.

  '정말 문제가 아니라면,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그 교수는 정말 결석 3회 이하인 경우 모두 만점을 주었다. 하지만 출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학생의 태도 점수는 정말 처참했다.




캐롤 (Carol, 2015)

연출 토드 헤인즈

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캐롤 (Carol, 2015) 출처 : 다음


당신의 마지막, 나의 처음..
모든 걸 내던질 수 있는 사랑

1950년대 뉴욕, 맨해튼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케이트 블란쳇)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확신이 없던 테레즈, 각자의 상황을 잊을 만큼 통제할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둘은 확신하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에, 그리고 처음으로 찾아온 진짜 사랑임을…


캐롤 (Carol, 2015) 출처 : 유튜브 CGV아트하우스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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