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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Feb 26. 2019

『다산의 마지막 공부』'마음공부'도 다 때가 있다

[도서] 조윤제의 『다산의 마지막 공부』 

  나의 고민을 죽 들은 친구는 나에게 ‘마음공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마음공부’라 함은 스스로의 마음 씀씀이를 다룰 줄 아는 것이고, 자신의 마음속에 이는 화를 가만히 지켜볼 줄 아는 것이며, 자신에게 집중할 줄 아는 것이라고 했다.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그것을 어쩌지 못해 안달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두라고 했다. 그는 ‘마음공부’를 해야 스스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신경 쓰지 마라’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의식하지 말아라’


  하지만 그의 이상적인 말을 듣고 있자니 고민을 털어놓기 전보다 가슴이 더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성인군자를 곁에 두기에는 내 비위가 너무 약했달까? 그가 한 말 중, 애초에 몰랐던 말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실천하기에 선뜻 내키는 말도 없었다. 솔직히 그의 말대로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무슨 짓을 하던 모든 마음의 동요를 스스로 처리하기에는 왠지 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은 흔히 ‘공부도 다 때가 있다’는 말을 한다. 이 것은 보통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공부도 하고 싶을 때 해야 잘 된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다른 명언과 마찬가지로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는 이 말은 뒤늦게 공부 욕심을 갖게 된 나에겐 여러모로 참 의미 있는 말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는 공부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좋아하는 분야에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니 공부하는 것이 참 행복했다. 거기에는 앞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도, 원치 않는 책도, 융통성 없는 종소리도, 강요에 의한 정답도 필요 없었다. 나는 정말 ‘때’가 되면 어떻게든 공부하게 된다는 것을 몸소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아쉽게도 학창 시절에는 아직 공부할 때 안 됐던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성인이 되어서야 '그때'가 된 것이다.


  몇 년 후,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여전히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나에게 ‘마음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마음공부’의 내용 역시 전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이번에는 그의 말이 나에게 좀 다르게 들렸다. 집에 돌아온 나는 친구가 말하는 ‘마음공부’에 대해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았다. 그것의 결과는 역시 대부분 몇 년 전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과 비슷한 이상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때처럼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나는 그 말들을 갖고 있는 고민에 하나하나 대입시켜보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고민들이 애초에 존재할 필요도 없는 것들이 되어버렸다.


  조선의 왕, 정조의 총애를 받던 신하, 정약용은 폐족이 되어 유배를 떠난 시기에 본격적으로 ‘마음공부’를 했다. 마음의 경전, 《심경》에 심취한 그는 유배지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체험하고 경계하기 위해 《심경밀험》을 썼다. 평생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도 고난 속에 놓이자 비로소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때가 되었던 것이다.

  

  송나라 진덕수가 엮은, 고난 속에서 '마음공부'를 하던 정약용이 심취했던 《심경》을 바탕으로 한, 자기 계발서 《다산의 마지막 공부》에는 대부분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로 가득 차 있다. 이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달게 읽힐 것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꺼끄럽게 읽힐 것이다. 아마 예전에 나였다면, 이 책이 마냥 고리타분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책을 보기도 전에 일단 표지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겼다. 드디어 나에게도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책을 읽는 내내 여전히 약간은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놈의 한자 울렁증!




다산의 마지막 공부: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18


조윤제의 『다산의 마지막 공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마음을 다시 찾는다는 것!

고전연구가 조윤제가 고전의 정수인 《심경》을 바탕으로 삼아 고전 명구의 깊은 통찰을 소개하는 『다산의 마지막 공부』. 중국 송 시대 학자인 진덕수의 《심경》은 이름 그대로 마음에 대해 다룬 유교 경전으로, 사서삼경을 비롯해 동양 고전들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정수를 엄선해 엮은 다음 간단한 해설을 덧붙였다. 이 책은 구체적으로 진덕수가 고전들에서 선별한 마음과 관련된 명구 37가지에서 다시 핵심을 뽑아 오늘날의 감각에 맞도록 친절하면서도 새롭게 풀어낸 것으로 격이 다른 마음공부의 고전에 다가가는데 도움을 준다.

《심경》은 불과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 최고의 베스트셀러였으나 오늘날 이름만이라도 익숙한 다른 동양 고전들에 비해 《심경》은 철저하게 잊힌 책이 되었다. 한국인들은 급격한 재건의 과정을 지나 민주화에서 외환위기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어느 역사와 비교하더라도 가쁜 역사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오랜 세월에 걸쳐 차근차근 결을 쌓아 간직해야 할 역사의 퇴적층을 속성으로 쌓아 올리고 봉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당장의 현실을 넘기기 위해 마음을 버려야 했던 한국인들에게 ‘마음’을 돌아보는 일은 사치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쉽게 분노하고 서둘러 냉소하는 지금 여기에서 《심경》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까닭이다. 이제부터 더 낫게 살기 위해서는 그동안 살기 위해 버렸던 마음을 다시 찾아야한다. “인간의 마음은 늘 휘청거리니 그 중심을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는 심경의 말처럼, 이 책은 현대인들의 마음의 축으로 단단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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