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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Mar 13. 2019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철학에 입문하기

[도서]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언젠가 한 중학생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아이는 나에게 자랑스러운 듯 자신의 새로운 수집품을 보여주었다. 견고해 보이는 검은 케이스, 끈으로 동여맨 손잡이, 날렵하게 휜 길고 반짝이는 은색 쇠막대. 그것은 일본식 도검, 일본도였다. 나는 ‘아이가 갖고 있기에는 좀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의 기분에 맞춰 제대로 대꾸할 수가 없었다. 비록 날이 서있지도, 날을 세울 수도 없는 재질의 모형이었지만 단단하고 차가운 질감의 그것이 나에게는 영락없이 무기와 같았다. 하지만 아이에게 그것은 그저 좋아하는 만화에 나오는 멋진 피규어일 뿐이었기 때문에 위험하겠다는 둥 조심하라는 둥의 잔소리는 아이의 부모님 몫으로 남겨두었다.


  반면에, 한 남자에게 일본도는 히틀러의 로트와일러 경비견처럼 자신을 지키는 든든한 무기였다. 아파트 고층에 살던 그는 1층으로 이사 오면서 침대 아래 일본도를 두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나는 ‘어쩌다?’라고 몹시 묻고 싶었지만, 여태까지 본 영화들을 생각해서 그러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날카로운 위안을 고백하는 남자의 표정에는 걱정과 자조가 뒤섞여 낮게 깔려있었다.


  생각해보면, 똑같이 일본도를 갖고 있는 두 사람의 표정이 마치 그들의 칼로 가른 것 마냥 뚜렷하게 나뉘었다. 아이의 표정은 밝았고, 남자의 표정은 씁쓸했다. 아이에게 일본도는 좋아하는 만화였고, 남자에게 일본도는 자신을 지키는 무기였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보면 책을 쓴 작가 야마구치 슈가 철학에 상당히 박식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에서 그는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에 어울리는 철학자의 말을 50가지나 인용하고, 그보다 훨씬 많은 철학자를 말한다. 특히 머리말을 보면, 철학에 그리 익숙하지는 않음에도 ‘이 책을 읽으면 확실히 철학에 대해서 좀 알 수 있겠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쓴 목표가 흥미롭고 차별화된 철학 개론서를 쓰는 데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철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말이다.

  하지만 처음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철학이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지에 대한 질문은 좀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아직 철학을 흥미가 딱히 없는 처지에 그것을 무기로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니, '철학'이라는 이름만큼 너무 거창해 보였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야마구치 슈에게 ‘당신은 어떻게 처음에 철학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나요?’라고 물어보고 싶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야마구치 슈 /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는 무엇일까? 누구보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철학을 유용하게 사용해 온 사람으로, 경영학 학위, MBA도 없이 세계 1위 경영·인사 컨설팅 기업 콘페리헤이그룹의 임원 자리에 오른 야마구치 슈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삶의 무기가 되어주는 철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확실한 시대에 불분명한 문제들과 싸워야 하는 우리가 철학을 배워야 하는 것은 철학자들의 생각법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MBA를 취득하지 않았지만 전략과 온갖 숫자가 난무하는 컨설팅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오로지 철학 덕분이라고 말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부딪치는 주제인 사람, 조직, 사회, 사고 네 가지 콘셉트에 따라 철학·사상을 정리해 보여준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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