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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Mar 29. 2019

<어스> 그들을 재미있게 보기 위한 준비

[영화] 어스 (Us, 2019)

  ‘This is America~Don't catch you slippin' up~Don't catch you slippin' up~Look what I'm whippin' up~ This is America~’


  영화관으로 가는 동안, 2018년 메가 히트곡인 차일디쉬 감비노의 “This is America”를 들었다. 마치 학창 시절, 시험 시작종 치기 직전에 참고서에 나온 요약을 급하게 중얼거리는 것처럼.


어스 (Us, 2019) 출처 : 다음


  조던 필의 데뷔작 <겟 아웃>을 봤을 때, 내가 인종차별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것을 느꼈다. 콜럼버스가 서인도 제도를 발견한 이래 줄곧 계속되어 온 아메리카 대륙의 인종차별은 서양 대중문화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어왔다. 서양의 영화니 책이니 음악이니 하는 것들을 이해하는 데 인종차별을 잘 모르는 것은 그들의 신을 잘 모르는 것만큼 불리해 보였다. 여태까지 접해온 것들에서 많은 것들을 놓쳐버렸을 것 같았다. <겟 아웃>을 보고 나서도 내가 알아차린 영화의 상징은 10%도 되지 않았다. 물론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었지만, 요즘 같이 국경의 경계가 희미한 시대에 인종차별을 겪어보지 못한 것이 스스로에게 합당한 핑곗거리는 되지 못했다. <겟 아웃>처럼 흩어진 상징을 찾는 재미가 큰 영화에서 대부분의 상징을 놓쳤다는 것은 재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영화의 상징을 더 많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더 재미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나는 조던 필의 이번 영화 <어스>를 보기 전, 그것을 이해할 어떤 준비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조던 필의 감독 데뷔 전 활동이나 영화의 포스터를 봤을 때 인종차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겟 아웃> 때와 같이 많은 재미를 놓쳐버릴 것 같았다. 하다 못해 도서관에 가서 토니 모리슨의 책이라도 몇 권 읽어야 할 것 같았다.


어스 (Us, 2019) 출처 : 다음


  영화를 보고 나서, 스스로를 좀 더 배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어떻게 하기 어려운 일로 자신을 들볶다가 끔찍한 복수 따윈 당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 내가 애들레이드 토머스였다면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심장 마비가 왔을 것이다.

  영화에 재미를 느끼는 것은 그것이 다루는 소재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다소 생소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소재도 감독이 잘만 이야기해준다면 <겟 아웃>이나 <어스>처럼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다. 그러니까 재미있는 영화를 보기 위해 내가 따로 해야 할 준비는 없다.


  근데, 왠지 완전히 속은 것 같다. 내가 또 뭘 놓친 거지?




어스 (Us, 2019)

연출 조던 필

출연 루피타 뇽오, 윈스턴 듀크, 샤하디 라이트 조셉, 에반 알렉스


어스 (Us, 2019) 출처 : 다음


우리는 누구인가?

엄마, 아빠, 딸, 아들
그리고 다시
엄마, 아빠, 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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