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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Apr 02. 2019

 『인어가 잠든 집』 책장을 넘기는 '과학의 힘'

[도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어가 잠든 집』

  학창 시절, 학원에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숙제를 해오지 않으 개인용 물리치료기로 사용되는 휴대용 저주파 자극기로 아이들의 뒷목을 '마사지'하는 선생님이 있었다. 스스로는 그것을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한 마사지’라고 했지만, 누가 봐도 그 목적은 체벌이었다. 당해본 적이 없어서 얼마만큼의 자극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마사지를 당할 때 웃음기 없는 아이들이 고통스러워 몸이 베베 꼬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계속 모르고 싶었다. 나는 힘들이지 않고 아이들을 체벌하면서 그것을 ‘마사지’라고 포장하는 것이 싫었다. 교탁을 잡고 세워놓고 회초리로 엉덩이를 때리는 것보다 훨씬 비겁했다. 어디선가 본, 고문기술자가 사람의 사지를 의자에 묶어놓고 야비하게 고문하는 장면이 떠올라 수업이 듣고 싶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 저주파 자극기의 자극을 받아본 것은 나중에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을 때이다.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온열매트가 약하게 틀어진 침대에 눕자, 물리치료사가 통증 부위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의료용 저주파 자극기를 내 몸에 연결했다. '조금 따끔거려요' 고딕체 같은 경고와 함께 치료시작됐다. 나는 그것이 굉장히 좋았다. 받아 본 마사지라고는 어깨가 아플 때 누군가 주물러준 것이 전부인 나에게 그것은 마치 근육이 알아서 스스로를 마사지하는 것처럼 세기나 움직임이 너무나 적절했다. 치료 후, 통증이 많이 가신 것은 물론이고 통증 부위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나는 그 의료용 저주파 자극기가 너무 갖고 싶어서 나오면서 슬쩍 기계 이름을 봤다.

  하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의료용이라 그런지 학생인 내가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굉장히 비쌌다.


  『인어가 잠든 집』를 읽고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소재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이 가장 두드러져 보였지만, 마음에는 역시 개인의 입장 차이에 의한 갈등이 가장 크게 남았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야기리기 위해 빌리는 '과학의 힘'이 상당히 간편하게 느껴졌다. '좀 무리가 아닌가?' 싶은 소설의 설정도 '과학의 발달로...'라고 여기니 매끄럽게 넘어가졌다. 최신 하이테크 뉴스 보다도 훨씬 위화감이 덜 했다. 언제나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 '과학의 힘'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책장도 넘겨버리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유명한 SF 작가인 로버트 J. 소여가 말했던  '현재에는 없을지라도 인간의 인식이 닿을 수 있는' 정도 말이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문과 친구들이 과학시간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그냥 엎드려 자버리거나, 언어 영역에서 과학 관련 지문이 나오면 아예 찍어버리던 것이 생각났다. 그들은 과학을 지독히도 싫어했다. 하지만 역시 이 책은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인어가 잠든 집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어가 잠든 집』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지금 이 아이의 가슴에 칼을 꽂는다면, 그래서 아이의 심장이 멈춘다면, 딸을 죽인 사람은 저입니까?‘

인간이란 무엇이며 삶과 죽음, 사랑의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난제에 도전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휴먼 미스터리 『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2015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딸에게 닥친 뇌사라는 비극에 직면한 부부가 겪는 가혹한 운명과 불가피한 선택, 그리고 충격과 감동의 결말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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