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임산부의 시간
브런치 첫 장.
오늘을 어떻게든 기념하고 싶었다. 이런 기분을 조금이라도 남기고 싶어, 오늘을 브런치 첫날로 잡았다.
나는 오늘 싱글 앨범을 냈고, 그것을 기념하고 싶었다. 그간 몇 차례의 음원을 계속해서 내 왔지만, 이번 싱글을 뱃속에 있는 나의 아기에게 들려주는 나의 마음 같은 거라 감회가 다르다. 조금 더 뭉클하고, 소중하고, 그런 마음도 있지만, 더 크게 자리한 건 뿌듯하다는 마음이다. 다른 임산부들은 아이를 위한 퀼트, 펠트 인형이네, 직접 한 땀 한 땀을 기워서 옷을 만드는 등 대단한 것들을 만드는데, 그런 거엔 영 소질 없는 내가,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통해서 마음을 내놓았으니, 뿌듯할 만도 하지.
내 소개를 하자면, 나는 지금 작고 볼품없는 이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일인 사업자이자, 가끔은 음악도 하는 사람. 그리고 곧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이다.
처음부터 이불가게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회사를 나오고 정신을 차려보니, 성수동의 솜 공장에 들어와 사무실을 차렸고, 또 처음부터 음악을 목표로 했던 건 아닌데, 그냥 하다 보니 재미가 있어져서, 음악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그리고 출산.
출산만큼은 난 처음부터 하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을 할 수가 없다. 처음부터 하려고 했던 게 아닌 이불가게나, 음악에 대해서는 그 어떤 질문에도 당당하게, 수도 없이 명확하고 멋진 답변을 줄줄 내놓을 수 있는데, 왜 반대로 처음부터 마음먹었던 출산에 대해서는 난 설명할 수 없는 걸까.
남들 다 하니까? 아니오.
여자라는 숙명에? 아, 아니오!
결혼했으니 당연한 수순에? 진짜 아니오.
노후를 조금 더 재밌게 보내려면 자식이 있어야 해서? 헐, 아니오.
막연히, 나와 내 남편을 닮은 아이가 궁금하긴 했지만, 그건 이유가 될수 없었다. 아마도, 이 브런치는 내 출산의 이유와 그 이유를 찾아가는 넋두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36주 4일이 지나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