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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페세 Oct 25. 2023

백반집에서 잡지 생각

자주 가던 성수동 백반집이 일본 잡지 뽀빠이에 실렸다

성수동 백반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서빙하던 주인아들이 자기네 가게가 일본 잡지에 소개됐다며 보여준다. 

<뽀빠이매거진> #popeyemagazine 이다. 


나도 좋아하는 잡지라, 축하한다며 일행과 박수를 쳐줬다. 이번호 특집이 서울이었나보다. 성수동을 비롯한 핫플레이스와 한국 음식, 뉴진스 같은 한류스타를 다뤘다. 


이 백반집을 왜 소개했을까 서로 궁금해했는데, 이내 짐작했다. 내가 일본 기자라도 이 동네 즐비한 으리번쩍 브런치카페니 와인바니 팝업스토어니 하는 데는 식상해 취재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굳이 한국까지 와서 일본에 흔한, 일본과 비슷한 곳을 뭐하러 다루겠는가. 


한데 메뉴가 따로 없는 백반이라는 장르에 삼겹살 전문집. 입구에 조롱조롱 걸린 외상식대장부 같은 것은 이들 눈에 얼마나 유니크한 요소일지... 


일본 잡지들은 특집이나 테마에 거의 목숨을 거는데, <에스콰이어> 일본판의 경우 안경테, 또는 남국의 섬 따위 주제만으로 한 권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그러니 매호 정보에 깊이가 있고 소장 가치도 충분해진다. 


뭔가 빨리 흥하고 빨리 변하는 게 좋기도 하지만 우린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잡지의 몰락을 두고 세태를 탓하긴 쉽지만 실은 잡지 생산자 내부 원인이 더 크다. 

트렌드를 이끈다는 자의식에 빠져 게으르고 안이했던 건 아닌지. 아니면 쉽고 가벼이 팔랑거린 건 아닌지. 


요즘 서점 잡지 매대를 보다 보면 드는 생각. 

그 침 발라 읽는 재미 좋던 우리 잡지들은 다 어데로 갔나. 


#성수동 #백반집 #온누리식당 #뽀빠이매거진 #잡지이야기 #옛사람 #옛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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