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누구도 아닌 내 일이니까.
#1
수입차 아우디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판다던 젊은 딜러를 만난 적이 있다. 어찌나 차 파는 일에 열심인지 신혼여행을 가서도 차 팔 생각에 좀이 쑤시더라 했다. 다이어리 12권에 고객 정보가 빼곡했다. 그렇게 판매한 차가 700여 대. 어떻게 이 많은 고객을 관리하며 복잡한 일정을 소화하냐고 했더니 수더분한 그 광주 청년은 쑥쓰러운 듯 싱긋 웃으며 사투리로 말했다. “이것이 제 일이니까요이~."
#2
남성지 <Esquire Korea>에서 일하던 1998년쯤. 지금은 유명 사진가가 된 전재호 씨와 스포츠용품으로 유명한 FILA 사의 윤윤수 사장을 인터뷰하러 방배동으로 갔다. IMF 시절이던 당시 글로벌 본사로부터 연봉 18억원을 받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던 그분은 인터뷰 도중 힘주어 몇번이나 강조했다. "자기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건물 옥상으로 촬영을 하러 올라갔는데, 마침 옥탑 사무실에서는 정기 세무조사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사장님은 세무공무원들과 본사 직원들이 내다보는 가운데 촬영하는 걸 퍽 쑥쓰러워했는데, 사진가가 이런저런 포즈를 요구하자 “이제 그만 합시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자 자그마한 체구의 사진가, 카메라에서 눈을 떼더니 한 마디 했다. “저는 지금 제 일을 제대로 하려는 중이니 도와 주십시오.” 그러자 연봉 18억원, 지금은 글로벌기업의 총수가 된 사장님은 아무 말 못하고 급기야 야트막한 굴뚝 위에 올라가 카메라 앞에서 펄쩍펄쩍 뛰기까지 했다.
#3
이 일을 왜 하는가 하는 질문에는 많은 답이 있을 수 있다. 노동의 괴로움이 심해질수록 이런 의문부호는 계속 울컥거리며 대가리를 쳐든다. 그럴 때 앞의 두 청년이 했던 말을 잊지 않으려 한다. 내 일이니까 하는 거라고. 지금 주어진 이 일은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내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