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이루어지는 이유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꿈을 꾸게 만드셨을 리가 없다.

by 수페세

"별똥별 떨어질 때 소원 빌면 정말 이루어지나?”

마당 한쪽 평상 위에 누워 찐 옥수수를 우물거리며 누나에게 물었다. “소원?” 달빛처럼 환했던 누나, 그때 누나의 대답이 뭐였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피식 웃으며 라디오 이어폰을 귀에 고쳐 끼웠을 것이다. 누나 대답이 무엇이었든 간에 나는 미약(媚藥)처럼 나른한 잠을 불러오는 모깃불 냄새를 맡으며, 이번 개학 땐 아버지 자전거 대신 삼천리호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게 되길 빌었다. 은근히 누나가 내 소원을 물어봐주길 기대하면서.


젊었던 엄마는 외갓집 가는 고갯길을 넘을 때마다 작은 돌멩이 하나를 느티나무 아래 돌무더기에 툭 던지고 지나가셨다. “거기 돌은 왜 던지는 거지?” 철없는 물음에 엄마는 희미한 웃음으로 지나가듯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리셨다. “그저 다 잘되라고.” “다 잘되는 게 뭐지?” 촉새 같은 되물음에도 걸음만 재게 놀리실 뿐 엄마는 입을 닫으셨다. ‘그게 뭐야. 글러브면 글러브, 카세트면 카세트지, 다 잘되는 게 뭐람.’ 해마다 그 고갯길 돌무더기는 보일 듯 말 듯 높아져 갔는데, 환갑도 못 보신 엄마는 생전에 당신의 소원을 몇 가지나 이루셨는지 모르겠다.


요즘 어린 딸이 가지고 노는 물건 중에 요술봉이란 게 있다. 분홍빛 막대기 중간의 단추를 누르면 ‘뾰로롱’ 소리와 함께 불이 번쩍거리면서 펜던트가 뱅그르르 돈다. 아이는 내가 머리가 아프다면 머리에, 배가 아프다면 배에 요술봉을 대고 소리친다. “내가 고쳐줄게요. 얍!” 아이들은 누구나 소원을 이루는 법을 알고 있다. 어른이 된 우리는 벌써 다 잊었지만 우리도 한때는 그 놀라운 비밀을 알고 있었다. 분명한 소원을 가질 것,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을 가질 것. 우리는 전에는 모두 다 그러했다. 누구나 거인이 잠든 요술램프를 소유한 알라딘이었다.


요즘 내 소원은 무엇일까? 내가 가장 바라고 원하는 건 무엇일까. 며칠간의 휴가와 여행, 매끈한 SUV, 근사한 소파와 홈시어터…. 뭔가 원하는 게 많았던 듯한데 실제로 생각해보니 진심으로 갈망하는 게 뭔지 알 수가 없다. 그때의 엄마도 이런 심정이셨을까. 그저 두루두루 다 잘되기 바라는 마음.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 장군은 이렇게 말한다. “소망이 깊으면 이루어진다.” 이 말은 사실일 것이다. 그가 참혹한 시절을 감내하고서야 비로소 알아차린 그것. 하지만 아이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그것. 스테반 폴란과 마크 레빈이 쓴 <2막>이라는 책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꿈은 이루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꿈을 꾸게 만드셨을 리가 없다.’ 암, 그렇고말고다. 그 뜨겁던 2002년 여름, 우리도 그렇게 외치지 않았나. “꿈은 이루어진다”고.

지금 이 순간,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 있는가? 그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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