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원하는 게 뭔지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도시녀에겐 어떤 차가 필요한가?
잡지에 칼럼을 쓰면서, 아내 얘기를 몇 번 했더니 어느날 아내가 항의했다.
자기는 그다지 까다로운 여자가 아니라는 거다.
특별한 취향도 없고 꺼리는 것도 별로 없다면서 자기처럼 무던한 여자도 없을 거란다.
이 사람아, 바로 그게 까다로운 거야. 분명히 원하는 게 있는 건 까다로운 게 아니지.
남자들이 여자들을 어려워 하는 이유는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외식을 나선다.
"뭘 먹을까?" 내가 묻는다.
실은 이것부터 잘못됐다.
외식하러 나가자 해놓고선 맹한 표정으로 뭘 먹을지 되묻는 건 어리석은 남편이나 하는 짓이다.
이럴 때 모범답안은 "근사한 데 알아놨어. 가자."다.
어쨌든 번번이 범하는 실수를 또 반복한다.
아내는 대답한다. "맛있는 거."
답답하다. 맛있는 거라니. 다시 묻는다. "고기? 아니면 해물?"
아내는 대답한다. "뭐 좀 얼큰한 거."
그럼 난 퍼뜩 생각난 걸 입으로 옮긴다. "버섯 칼국수 어떨까?"
아내는 고개를 끄덕인다.
버섯 칼국수집이 어딨더라? 일단 차에 시동을 건다. 골목을 빠져나가며 생각한다.
버섯 칼국수라. 오랜만에 집을 나섰는데 그깟 칼국수를 먹나? 뭐 좀 다른 건 없을까?
모퉁이에 닭갈비집 간판이 보인다.
운전대를 꺾으며 말한다. "닭갈비는 어때?"
아내는 고개를 젓는다.
큰길로 접어든다. 베트남 쌀국수집이 있다.
"쌀국수 매콤하니 괜찮은데. 월남쌈이랑 먹으면 깔끔하고. 어때?"
대답이 없다.
아이 참, 뭐가 이렇게 까다롭나.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럼 대체 어딜 가야 하는 거야? 휴대전화로 검색이라도 해야 하나.
허둥대며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아내가 이를 꽉 깨물고 한 마디 한다.
"난 아까 칼국수 먹겠다고 얘기했거든?"
어? 글로 적다보니 아내가 까다로운 게 아니었네? 거 참 이상도 하다. 내겐 언제나 까다로운데.
할 수 없이 정정하기로 하겠다. 센스 없는 남자에겐 세상 어느 여자나 까다로운 법이라고.
그러니 남자는 여자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알아차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이 엄청난 비밀을 어떻게 배운단 말인가. 무림 고수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해보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결정의 주도권을 쥐어라. 어렵지 않다. 정보에 확신만 가질 수 있다면.
요즘 뜨는 맛집이나 민감성 피부에 좋은 에센스를 고르는 법은 여자들에게 맡겨야 한다.
냉장고에 관한 선택 역시 남자 소관이 아니다. 핸드백이나 코트 역시 그러하다.
정확한 브랜드와 제품명을 지목하기 전엔 어설프게 취향을 안답시고 비싼 선물을 덥석 골라선 안 된다.
특히 반품도 어려운 해외출장에선 더욱 그렇다.
좋아할 것 같아서, 어울릴 것 같아서 큰맘 먹고 산 코트와 백이 장롱 속에서 나오지 않는 걸 여러 번 보고나서야 얻은 소중한 경험이다.
그럼 자동차는 취향대로 고르면 될까?
사고 싶은 걸 사라는 게 최고의 조언이지만 자동차에 관한 한 여자들이 확신을 가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고작 "예뻐서"라거나 "그 차가 좋다던데." 정도의 불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여자들이 원하는 차의 기준은 의외로 간단하지 않다.
까다롭다. 내 주변 여자들을 보면 적어도 그렇다.
까다로운 도시 여자들이 원하는, 아니 절대 거부하지 못할 차의 조건은 이렇다.
예쁠 것. 고급스러울 것. 편의장비가 좋을 것. 운전이 편할 것. 실내가 넓을 것.
동창모임 갈 때 기죽지 않을 포스가 있을 것.
연비는 당연히 좋을 것. 흔하지 않고 유니크할 것.
이 정도라면 어떤가?
지금 보고 있는 어떤 차 얘기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까다로운 여자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마무리 문장을 쓰기 전에 연속극을 보고 있는 아내에게 물어본다.
"이 차 어때?"
아내가 말했다. "흠. 예쁘네. 그래서 얼만데?"
아차, 이런.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었네?
묻지도 않고 이런 차를 떡하니 사줄 수 있는 두꺼운 지갑이 내게 필요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