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딸이 인터뷰 좀 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에디터 : 안녕하세요.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 잠옷 바람으로라도 응해 주셔서 감사해요.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드릴게요.
섭 : 음... 몇 가지 규칙이 있긴 하죠. 먼저는 첫 문장이 좋아야 한다는 것? 첫 문장은 독자의 멱살을 잡거나 팔꿈치를 비트는 일과 같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번째는 가능한 단문으로 끝내려고 하는 것. 마지막으로 멋 부리지 말자는 것.
에디터 : 보통 어릴 때부터 한 가지 직업을 꿈꿔온 사람들은 성취하고 싶은 일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예를 들어서 꼭 스릴러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뭐 그런 버킷리스트와 같은 글을 써보신 경험은 있나요?
섭 : 평범한 인물이 삶을 누리고 극복하고 휩쓸리며 사는 얘기를 쓰고 싶은데... 구체적이지 않아서 못 쓸 것 같네요. 연애소설을 써보고 싶기도 해요. 심리를 묘사한 글이 재밌거든요.
에디터 : 일기만큼 주변 사람에게도 솔직한 편인가요? 그러니까,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말이에요.
섭 : 걔가 지 고모랑 비슷해요. 되게 반듯해 보이고 싶어 하는 강박이 있어요. 매사 경우 바르게 행동하려니 본인이 힘들기도 할 거예요. 밖에서 누가 걔를 까칠하다고 평가하겠어요? 그만큼 싫은 소리 듣는 걸 싫어해요. 그게 어릴 때부터 걱정이었죠. 자기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못 견뎌하고, 진짜로 못 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땐 숨더라고요.
에디터 : 따님한테 시간 좀 내라고 전할게요. "어떻게 그렇게 아빠랑 잘 지낼 수 있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데, 비결을 공개해주실 수 있나요?
섭 : 이런 인터뷰 좋은 것 같아요. 다른 가족들도 했으면 좋겠네요.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시도해라? 그 일을 좋아하는지, 꾸준히 할 수 있는지, 잘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서 계속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