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10코스

다크투어리즘

by 수피

저번 21코스를 시작으로 두 번째 올레길을 10코스로 걷게 되었다.


제주 동쪽의 송당에서 정 반대의 서쪽 모슬포항에 위치한 10코스를 걷기 시작한 데는 이유가 하나 있다.

얼마 전 성산읍에 위치한 빛의 벙커라는 박물관에 갔다 왔었다.

20년간 숨겨져 있던 지하벙커라는데 그 웅장함과 비밀스러움에 큰 매력을 느꼈다.

DSC04372.jpeg 빛의 벙커


더 찾고 싶었다 벙커의 비밀스러움, 고독함, 웅장함 등.. 다시 또 느껴보고 싶었달까.

그래서 찾게 된 것이 '알뜨르 비행장'이었다.


그곳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이 제주도에 활주로로 이용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비행장에는 '지하벙커'가 있었다.



사실 저 지하벙커 하나만 보고 가기엔 올레 10코스의 길이는 15km나 되는 상당히 긴 거리였다.

하지만 어떤 올레길을 선택하기에 작은 이유라도 필요했던 나에겐 좋은 구실이었다.


나는 곧장 첫 번째 올레길에서 얻는 경험으로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전보다 2시간 정도 더 걸어야 하는 상황.


얼음물, 편한 바지, 짐 최소화라는 규칙을 지켜 전보다 편한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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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완료 후 돌아가는 버스 편을 위해 역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올레 10코스는 [모슬포항-알뜨르-섯알오름-송악산-산방산-화순금모래해변]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슬포항을 시작으로 몇 분 걷기 시작했을 무렵 알뜨르 비행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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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비행기 격납고가 보이고 조금 더 가자 지하벙커 입구가 나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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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가장 기대했던 벙커였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좁고 짧았다.

내가 생각한 비밀스러움은 있었지만 웅장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벙커가 웅장함에는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긴 하다 ㅎㅎ)


5분(?) 정도 벙커구경을 마치고 나와 관광지화 시킨 비행기 격납고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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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납고 안에 비행기 모형을 넣어놓고 그 모형에 끈을 달아놓았다.

벙커에 들리느라 시간이 지체돼 격납고 근처까지는 가지 않고 멀리서 사진만 남기기로 했다.


격납고를 지나 조금 나아가니 섯알오름길이 보였다.

섯알오름은 양민학살터로 다크투어리즘인 관광지였다.

DSC04575.jpeg 실제 양민학살터

양민학살의 역사를 살펴보니 6.25 전쟁이 발발하고 이승만 정부가 북한 공산당과 협조할 우려가 있는 좌익활동가를 예비 검속한다는 명목 하에 양민들을 다수 잡아들여 사살한 사건이었다.


슬픈 역사의 현장을 방문하니 관광지로만 생각했던 스스로를 반성했고

잠시 묵념한 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은 송악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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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을 걷는 시간이 약 1시간 반정도로 꽤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인지 걷는 내내 힘들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송악산의 주상절리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고 힘겹게 등반 후 내려다보는 전경은

힘든 몸을 이끌고 한치 고민할 틈을 주지 않고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다.


확실히 높은 산이다 보니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었는데 모자를 쓰고 온다면 손에 꼭 쥔 채 올라가야 할 것이다.

(필자도 모자를 바다로 방생할 뻔했으니..)


긴 시간을 송악산과 보내고 바로 산방산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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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코스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면서부터 보였던 높은 산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산방산이었다. 정말 거대하다. '내가 산중에 산이다'라고 자부하는 듯한 웅장함이 대단하다.


산방산에 가다 보면 '용머리해안'에 가는 매표소가 있는데 너무 오래 산방산에 머무르면 집에 가는 시간을 못 맞출 것 같아 큰 맘먹고 포기했다..!


그리고 바로 지질트레일 A 코스를 향해 쭉 걸어 나갔다.


지질트레일 코스는 가는 내내 '이곳을 간다고?' 싶을 정도로 야생 그 자체의 숲 속을 걸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야생을 좋아해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이게 올레길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약간 심심했던(?) 산방산을 지나 황우치해안--화순금모래해변을 사람구경하며 걸었고

마침내 길고 길었던 4시간 반의 10코스 올레길을 완주했다.



요번으로 두 번째 올레길을 완주했는데, 정말 올레는 매력적인 것 같다.

단순히 걷는다라는 의미보다도 방향을 제시해 주는 끈으로 올레를 걷는 모든 사람들을 연결해 주며

소리 없는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뜻밖의 길을 제시하기도 하고 스탬프를 통해 성취감도 주는 나의 제주살이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큰 활동 중에 하나가 되었다.


올레길 26코스를 언제 다 완주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꼭 완주하여 완주배지를 받을 날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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