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

2부 3화

by 수피

(본 내용은 소설입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다들 부러워했다.

이렇게 화목하고 다정한 가정은 처음 본다는 것이었다. 그럴만하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우리 가족은 네 명 모두 똘똘 뭉쳐 다녔다. 어려서는 그런 주변의 부러움을 만끽하며 그것이 좋은 것인 줄 알았고 옳은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며 우리 가족이 뭉쳐 다니는 것이 가정의 화목함 속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아닌 단지 아버지의 강박 때문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인생을 글로 배운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우리 아버지에게 딱 맞는 말일 것이다. 아마 그도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믿으며 살았을 것이다. 젊었을 시절 누나와 나를 낳으며 다짐했을 것이다. 화목한 가정을 꾸려보겠다는 다짐. 하지만 그 '화목'이라는 것은 참으로 애매한 것이었다.


내가 살아온 인생 내 관점에서의 '화목'이 될 것인지.

아버지가 살아온 인생의 관점에서 '화목'을 만들 것인지.

하지만, 아쉽게도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자 다짐했던 사람은 아버지였다.


모든 기준은 아버지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가 받아온 어릴 적 결핍은 나의 인생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 결핍을 보완하기 위한 대체제가 이상하리만큼 부풀려져 나에게 돌아왔다.

그것은 내가 살아가는 관점에서의 화목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관심' 그가 받아온 결핍의 결정체다.

나의 할아버지는 둘째인 우리 아버지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가 무엇을 하며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떤 친구가 있으며 어떤 고민이 있는지.. 할아버지는 궁금해하지 않으셨다.


그러한 '관심'이라는 결핍을 갖은 채 아버지는 나를 기르셨다.

결코 그런 결핍을 느끼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하며..

'관심'이라는 결핍을 같이 있어주는 행위로써 해소하려 했다.

그것이 발단이 되었을 것이 우리 가족이 함께 뭉쳐 다니는 결정적 이유가 그것이다.


'화목'해 보이는 것.


진짜 행복한가. 정말 화목한가. 얼마큼 편안한가.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다.

단지 자신은 내 자식들에게 그런 결핍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으며 자신의 인생의 숙제를 한 장씩 마쳐갔다.

자신의 숙제를 마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편히 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가족들과 모든 것들을 함께하려는 것이 강박의 수준에 다다랐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은 모든 활동들에 우리들의 의사는 없었다는 것이다.

어딘가를 가게 되면 '갈 것인지, 가지 않을 것인지'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그에게는 '왜 가지 않느냐'가 먼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두려운 것이다. 가족들이 함께하지 않게 되는 것이. 남들에게 화목해 보이지 않는 것이. 가족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


...


나는 가족여행이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내가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아닌 아버지가 먹이고 싶은 것, 보여주고 싶은 것, 하게 하고 싶은 것으로 이루어진 여행은 단지 아버지의 마음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자연스럽게 나에게도 가족여행이 일처럼 느껴졌다.

화목한 가족들을 위해 참석해줘야 하는.. 그런


그리고 그런 가족여행의 끝은 당연하게도 아버지의 짜증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덥다, 느리다, 마음에 안 든다, 바가지다 등..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온전히 아버지를 위한 여행이었다.


마음의 숙제를 해결하며 온갖 마음의 스트레스를 짜증으로 풀어버릴 수 있는 시원하게 풀어버릴 수 있는 그런 여행. 그런 달콤한 것들이 아버지를 유혹하며 강박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나는 그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다.

그 발버둥 쳤던 나날들이 떠오른다. 조그마한 일탈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그에게 받은 수모들.

나를 비롯해 우리 가족 모두를 절벽으로 밀어붙이는 그의 모습이 하나 둘 내 머릿속을 뒤덮는다.


원하던 대로 다시 증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아니 애초에 그런 곳이었지만 그의 세뇌 속에 잠시 길을 잃었었다.


그가 했던 모든 일들이 다시금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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