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1화
(본 내용은 소설입니다.)
아버지가 나의 자유를 박탈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였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이른 나이 때부터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교육은 시작되어 있었다.
그 교육의 기본은 '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던 것 같다. 내가 하면 안 되는 행동들, 혹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판단되면 '화'로써 나를 다스렸다. 그리고 아버지의 화를 불러일으킨 일은 절대 하지 않기 위해 애썼고 그것을 넘어서 그의 화가 쓰나미처럼 닥쳐 올 것이 예상되는 일이 발생하면 눈에 눈물이 섣불리 고이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어릴 적부터 내 마음의 여유는 박탈당했다. 모든 일에 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던 교육은 곧이어 나를 무시하는 '언행'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멀쩡히 존재하는 내 이름을 따스히 불러준 적이 별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야, 누가 게임하고 있으랬어?"
"너 아버지가 사 오라고 하면 사 와야지 말대답을 해?"
"이 새끼가 기어오르려고 하네"
야, 너, 이 새끼.. 내 이름은 그의 앞에선 다양하게 존재했다.
그가 퇴근 후 직장 상사를 욕하는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나와 비슷한 이름은 나를 자꾸 깜짝 놀래키곤 했다.
그의 난폭한 언행에는 내가 항상 존재했다. 그것이 실제로 나를 지칭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나의 가슴속에는 계속해서 칼날이 내리 꽂히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시작된 세뇌 교육은 완전히 나의 자유를 박탈했고 난 그것의 부당함 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어렸기에 그것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리고 중학교에 갓 입학할 때쯤이었나 머리에 피가 조금씩 말라갈 때쯤 그의 조기 세뇌 교육에 부당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땐 이미 내 자유가 그에게로부터 완전히 박탈당한 후였다.
스마트폰 붐이 일어나고 있던 시절이었다.
하고 싶은 일, 무엇엔가 몰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던 시절 유일하게 내가 관심 있어하던 것이 있었다.
'전자기기'
그때 내가 어떤 부분에서 '전자기기'에 푹 빠지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집에서 게임을 하지 않고 전자기기에 관한 기사와 영상을 시청하는데 시간을 쏟았다는 것만 기억할 뿐이다. 재밌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 당시 스마트폰 기기가 급속도로 많이 보급되면서 큰 화면의 태블릿 pc도 유행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것을 직접 손에 넣고 싶다는 욕망에 가득 찼다. 그때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내가 그것을 갖고 싶다는 소망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박탈당한 자유를 되찾기 위해 그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어려서부터 친척들로부터 받아 온 적금을 사용해 태블릿 pc를 구입했다.
내가 모은 돈으로 내가 사고 싶은 것을 구매한 첫 번째 물건이었다. 무모한 도전장은 내밀지 않았다.
최대한 들키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고 꽤나 성공적이었다. 이런 나를 지켜보는 누나도 나의 편이 되어주었다.
거실에서 이루어지는 누나의 과외수업 때 모두 각자의 방에서 조용히 지내는 1시간 동안 나에게는 마음껏 전자기기를 사용할 자유가 주어졌다. 하지만 폭풍전야의 고요는 곧 내 방 문고리를 흔들기 시작했고 갑작스레 들어온 그의 눈동자에는 내 손에 들린 커다란 태블릿 pc가 반짝이고 있었다.
당황스러움은 당연히 존재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일은 아니었다. 꽤 대담해질 나이였기에 나름 당당히 고개를 들고 이 상황을 맞닥뜨렸다. 압수당한다면 나는 당당히 나의 권리를 주장할 생각이었다. 완벽했다. 드디어 그에게 박탈당한 나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첫 번째 몸부림을 쳐 볼 기회였다.
과연 그의 반응은 어떨까. 자신이 수년간 만들어 온 세뇌 교육의 결과가 무의미 해지는 순간을 볼 수 있을까.
내가 정말 관심 있고 공부해보고 싶은 것에 투자해 본 첫 번째 물건.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차곡히 모아 온 돈이라는 것. 이러한 이유로 난 당당해질 수 있었다. 그의 흔들리는 동공과 막혀버린 말문을 지켜보고 싶었다.
...
왜일까. 난 너무 이성적이었던 걸까. 아직 난 몰라도 한참을 몰랐던 것이다.
그에게 '설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단 한마디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 단지 내 쪽으로 왼손을 내밀뿐이었다.
정확히 태블릿 pc를 향하고 있었고 어떤 말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을 내 몸은 자연히 알고 있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태블릿은 내 심장으로 바뀌었다. 갈기 찢긴다는 말이 이런 뜻일까.
나에게 사람이 피를 흘리며 죽는 것보다 더 잔인한 장면이었다.
사람이 피를 흘리며 죽는 것은 상상이 가능했지만 튼튼했던 내 태블릿이 절반으로 접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아주 잔인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내 몸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듯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항상 눈물이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때 깨닫게 되었다.
그의 손이 가는 방향대로 내 눈물도 따라 날아갔다.
곧이어 부풀어 오른 내 뺨은 여전히 내 자유가 완전히 박탈당해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