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3부 3화

by 수피

(본 내용은 소설입니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

그들을 용서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도 상처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위 자체를 정당화해서는 안되지만 그들을 배척하고 무시하고 조롱할 이유 또한 없다. 오히려 그들의 상처를 들어주고 이해해 주며 가슴 깊이 안아주게 된다면 그들 위로 당당히 올라설 수 있다.




우리 아버지에게는 상처가 많았다.

아버지의 회사 생활은 전쟁터와 같아서 하루도 피 튀지 않는 날이 없었다. 실제 피는 아닐지라도 거의 흡사할 정도의 살기가 도사리는 사무실이었다. 팀원들 사이에서의 이간질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그 팀원의 책임자라는 명목으로 독박을 쓰게 된 아버지는 수많은 관계자들 중 유일한 징계자로 뉴스에 보도되었다.


단 한 명도 미안함을 담은 사과 한 마디 없었다. 피해자는 자신의 억울함을, 가해자는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음을 지속적으로 주장할 뿐이었다. 어쩌면 아버지는 자신을 이 낭떠러지로 등 떠민 자들의 상처를 들어주고 이해해 주며 포용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그들이 알아주기는커녕 그 점을 이용해 더 밟고 올라서려 했다. 치욕스럽고 가슴 깊이에 눌려있던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을 것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선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임을 아버지는 그때 깨닫게 된 것이다.

귀신이 나오지 않는 공포 영화가 있는 것과 같이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전쟁터가 이곳에 있었다. 예전에는 여행도 같이 다니던 팀원들과 눈조차 마주치지 않게 되었고 피할 수 없이 말을 꺼내게 되면 격양된 목소리는 기본이고 비속어가 남발해 댔다.


회사 내에서 아버지 성격은 소문이 자자해졌고 자연스럽게 '이상한'사람으로 몰리게 되었다.

누가 '학교 폭력'이라는 고유명사를 만들었는가. '회사 폭력'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버지는 그 이후로 매일 팀원들과 떨어져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따돌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생을 다녀야 하는 직장에서의 괴롭힘, 왕따는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줄까. 도무지 알 수 없다.


아버지가 이런 시련 속에서도 몇십 년간 그만두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라고 조심스럽게 맞춰본다.

'가족' 자신이 꾸려낸 4명의 가족. 그게 그를 움직이게 하고 버티게 했다.

난 알 수 있었다.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하며 가족들에게 얼마만큼 진심인지를 말이다.


가장 화가 나는 건 아버지의 '책임'이라는 억울한 누명에 혼자 징계를 받으며 직원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포용하려 했던 아버지에게 돌아온 것이 '외면'이었다는 사실이 나를 가장 화나게 만들었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 그 사람도 상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그 사람의 상처를 알아준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느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상처를 받은 자신은 자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나를 해하려 한다면 해 하려는 자를 이해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공격하는 것만이 나를 완전히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본능적으로 되돌려 주려는 습성이 있다.

그것이 꼭 상처를 준 사람에게 되돌려 준다는 보장은 없다. 아버지에게는 그 대상이 가족이었다.


아버지가 왜 괴로워하는지, 왜 화가 많아졌는지, 왜 집착을 하는지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화살이 가족에게 돌아가서는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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