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2화
(본 내용은 소설입니다.)
엄마가 암에 걸렸다.
참 힘들게 살아오면서도 한치 흔들림없이 현명함을 유지해오던 엄마에게 암은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암 선고가 내려지고부터 이런 생각을 늘 해왔다.
'아픈 사람, 무언가를 빼앗긴 사람들은 그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마치 예쁜 꽃이 가장 먼저 꺾이는 이유와 같다'
책 어딘가에서 읽었던 구절이었지만 그때서야 그 구절이 진실임을 아니. 진실이기를 마음 깊이에서 바랐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를 포함한 내 주변 모든 것들에 생긴 불행과 사고들은 너무나 빛나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줄곳 믿어왔다.
그것이 내가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이었다.
아무리 저런 아름다운 말들로 위로를 해보아도 도무지 엄마에게 암이라는 악한 덩어리가 어디서 생겨났는지 출처를 알 수 없었다. 엄마의 식습관, 술, 담배, 숙면 등 다양한 방면을 되짚어봐도 그럴만한 이유는 발견되지 않았다.
어느날 이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인간이 암에 걸리거나 이른 나이에 죽는 이유는 술, 담배와 같은 직접적인 요인보다는 정신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스트레스'
맞다. 엄마에게 병이 있었다면 그건 유일하게 '스트레스'일 것이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의 뿌리를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그 사람의 찡그린 얼굴이 나타난다.
엄마의 삶에 유일한 '악'은 아버지였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에게는 퇴근 후 업무가 하나 있었다.
퇴근 후 직장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보고하듯 엄마의 귀에 침을 튀기며 때려박는 업무였다.
뭐가 그리 억울한지 하루도 직원들과 다투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새끼 내가 책상 한번 내려치니까 꼬리를 내리더라고"
레파토리는 항상 똑같다.
자신은 억울한 일을 당했고 화를 냄으로써 자신을 괴롭히는 무리들에게 응징을 가했다는 이야기.
예전에는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심지어는 듬직하다고 생각 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살 한살 먹어갈수록 그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추한 삶을 살아왔는지 직감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다면 자신이 이상한 것이 아닌지 의심해보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직원들과 싸우는 아버지를 보면서 그가 잘못된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직감이 아니었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엄마에게 열심히 전이시키고 있는 처참한 모습을 보며 확신하게 되었다.
자신이 겪은 수모를 말 한마디 끊지 않고 들어주며 앞뒤 사정 따지지 않고 편을 들어주는 엄마에게 고마움을 표하지는 못할 망정 그 업무의 끝은 짜증으로 마무리했다.
"아이고,, 그 사람은 왜 그런데요?.. 당신이 참아요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한답니까"
"그 사람? 그 사람이라고도 하지마! 그 새끼지 그 동물만도 못한 놈. 그리고 내가 왜 참아? 똥은 피하는 게 아니고 치워버려야 돼. 변기물 좀 먹어봐야 정신차리지"
그런 짜증의 연속은 아주 차곡히 엄마의 몸속에 정돈되어 쌓여갔다.
내가 바라보는 아버지는 밖에서 열심히 '악'을 데려와 엄마에게 던져주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악'은 우리 가족 전체에 전이가 되기 시작했고 그 중 가장 먼저 '악'에게 잡아먹힌 존재가
엄마가 되었다.
'악'을 전이하는 자는 이미 '악' 그 자체다.
할 수만 있다면 제거하고 싶다. 내 인생에서. 아니 우리 인생에서.
적어도 너무 너무 안쓰럽고 불쌍한 우리 엄마에게 만큼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