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붙어살기 시작했다.

#4. 나는 왜 쓰는가 (브런치 오디세이)

by 수필버거

찔끔거리며 글을 썼다. 자주는 아니다. 일기와 에세이에 양다리 걸친 글과 리뷰, 후기 같은 글. 쓰는 것도 아니고 안 쓰는 것도 아닌 모호한 상태가 이어졌다.


제대로 써 보고 싶었다. 제대로 읽히기를 바랐다. 혼자의 의지만으로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계속 쓰기는 힘들었다. 계기를 만들었다. 한 달 동안은 무조건 하루에 한 개의 글을 써야 하는 상황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었다. 안 쓴다고 누가 뭐라 할 일은 없지만, 빼먹으면 부끄러운 상황을 자처했다. 그리고 썼다.

죽을 뻔했다. 초보에겐 벅찬 일이었다. 그래도 쪽 팔리는 상황은 겨우 면했다. 간신히 한 달을 채웠다.


글쓰기를 위한 글감을 누가 툭 던져주지는 않는다. 미리 생각해 둔 것들이 곧 바닥을 드러냈다. 난감하다.

쓸거리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살기 시작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누군가의 '다시 해'라고 하는 말을 들으며 '다시 시작했던 순간들'을 생각하고,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쇼생크 탈출'에서 '레드'(모건 프리먼 분) 같은 '내 삶의 관찰자'를 떠올렸다.

흘러가고 떠밀려 가던 그냥 그런 하루의 순간들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운전하여 오가며 잘 안다고 믿었던 동네 길도 천천히 걸을 때 새삼스럽고 선명하게 보게 되듯이, 뭉텅뭉텅 덩어리로 기억되던 하루가 잘게 쪼개졌다. 쪼개진 시간과 풍경, 사람 그리고 나 조차도 관찰자의 시선으로 세밀하게 보게 됐다. 의도적으로 시작한 일이 습관으로 내게 스며들었다.


하루가 촘촘해지기 시작했다. 꼼꼼히 기억하는 하루는 길고 팽팽하다. 유년의 날들처럼, 새롭게 보이는 것들에 색다른 것들을 포개 보면 전혀 다른 경험이 되기도 했다.

사소한 글쓰기지만, 시작하기 전과는 분명 무엇인가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달라진 것이 이것이다 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시간이 늘어난 것처럼 느껴지고, 내가 살아낸 그 하루의 기억이 선명해진 건 사실이다.


계속 그랬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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