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넓게 쓰기

#6. 나는 왜 쓰는가 (브런치 오디세이)

by 수필버거

내 속엔 내가 많다. 평범한 일상은 숙달된 '내'가 처리한다. 특별한 상황은 낯선 '나'를 불러낸다. 낯선 나를 많이, 자주 만날 수록 내가 풍요로워진다.

이런 경험을 의도적으로 하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돌아오기 위해 떠나지만, 여행의 시간 동안 낯선 곳에서 낯선 내가 특별한 생각과 느낌을 선물처럼 발견하기를 원한다.
몰랐던, 눌렀던, 감췄던 '나'를 많이 찾고 싶다. 그런 다양한 '나'로서 세상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싶다. 삶을 풍부하게 느끼고 싶다.

꽤 많은 나라를 다녔다. 스쳐지나기도 했고 1년 이상 눌러살기도 했다. 이렇게 저렇게 도움이 되었다고 한두 마디로 특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내 말과 행동과 태도가 성장한 것은 분명하다고 믿는다. 머지않아 노매드로 살고 싶다. 느긋한 여행이면 좋겠다. 더 보려고 조급하지 않은 여행, 더 다니려 쫓기지 않는 여행을 기대한다.

아이들 자랄 때 일 년마다 키를 재서 벽에 표시를 했었다. 훌쩍훌쩍 자라는 게 유성펜의 눈금으로 시각화돼서 좋았다.
좋은 책과 영화를 매 10년마다 다시 읽고 보면, 내 성장의 눈금을 보는 기분이 든다. 그때는 너무 좋아서 책 끝을 접은 페이지와 밑줄 그은 문장은 지금과는 많이 다를 때가 있다. 이걸 성장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싶지만, 성장이라고 믿고 싶다.

봤고 살았던 장소에 다시 가도 좋겠고, 못 가본 곳을 처음 가도 좋겠다. 어쨌든 그때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내가, 그때와는 다르게 느낄 테니까.
좀 더 나이가 들면 아내와 함께 세상의 여러 도시에서 얼마간씩 살아 보려 한다. 한 달씩 살기. 뭐 그런 거.

낯선 도시에서의 경험과 시간은 숨어있던 '나'를 소환할 게다. 그런 나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관찰하고, 느끼고 싶다. 그런 생각과 느낌을 쓰면서 살고 싶다. 쓰면, 읽어 줄 누군가가 필요할 것이고 글을 올릴 매체가 필요하다. 아무나 그런 기회를 가질 수는 없다.

'그런 사람, 그런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하며 60세부터 역산을 해봤다. 몇 개의 넘어야 할 봉우리가 보인다. 더 미룰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으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할 텐데,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해 보인다. 브런치 작가도 도전을 여러 번 하고서야 겨우 작가로 선정이 되는 걸로 봐선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부지런을 떨어야 할 텐데. 이 게으름을 어쩔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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