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는 성에 차지 않았다. 큰 시장 모퉁이에 초라한 노점을 편 느낌. 방문하는 이도, 읽어주는 이도 없이 나뒹구는 내 글들. 힘이 나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쓰나, 어디에 도달하려고 쓰나 하는 자괴감만 쌓였고 글을 쓰고자 하는 동력은 자꾸 떨어졌다.
글쓰기에 자격증이 있을 리 없다. 널리 읽히기 위한 통로는 존재한다. 공모전, 신춘문예 또는 대형 출판사에 발탁. 어렵고 좁은 길이다. 블로그와 SNS가 있지만, 위에 쓴 대로 보람을 찾기가 어렵다. 성실에 각고의 노력을 보태면 된다고 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데 애만 쓰기엔 열정도 욕망도 부족하다.
브런치를 알게 됐다. 그리 높아 보이지 않은 진입장벽이 나의 약한 욕망을 크게 만든다. 마침 글쓰기를 해볼까 할 때여서 브런치의 도발 같은 심사제도가 쓸까 말까 하던 마음에 불을 붙였다. 나의 첫 그램 노트북으로 한 꼭지를 써서 심사요청을 했다. 떨어졌다. 두 개를 쓰고 두 번째 떨어졌다. 3개로 세 번째, 4개의 글로 네 번째 탈락을 했다. 놀랐고, 실망했고, 자존심이 상했다.
안 해. 안 써. 브런치 이기 머라꼬. 글 쓸 데가 여기 뿐이가.
브런치를 포기했는데, 놨는데, 그게 그렇게 쉽게 잊히지 않았다. 궁리를 해보자. 브런치 작가 합격 후기를 찾아봤다. 브런치의 작가 선정 비법과 분석도 읽었다.
그럴까? 맞을까? 그들의 분석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겐 설득력이 약하게 보였다.
내가 만든 제품을 팔기 위한 영업을 기획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목표 업체 담당자의 입장에서 나와 우리 회사를 보는 것이다. 브런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자. 초기에는 초대를 했을 것이다. 유명 작가, 글 좀 쓰는 블로거, 칼럼니스트, 저자를 발굴하고 모셨을 게다. 당근도 제공했겠지. 그다음은? 브런치가 좀 알려지고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에선 준비를 했겠지.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사람이 일일이 읽고 심사를 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다.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고 일관성 있게 적용하기도 힘들다. 알고리즘을 활용한 시스템을 만들었을 거야. 대상은? 매일 쓰는 사람, 자주 쓰는 사람, 꾸준히 일정 분량을 쓰는 사람이 첫 번째 대상이 됐을게다. 많이 쓰면 잘 쓰게 되니까. 그다음은 아마 구독자, 방문자 같은 정량적 요소를 알고리즘에 넣었겠지. 그래도 신청글은 사람이 읽을 수도 있겠다. 짧으니까.
일단 많이 쓰자. 블로그에 글이 많아야 한다. 한 달간 강제로 30개쯤 썼다. 그리고 신청. 반나절만에 합격 메일 도착.
'브런치, 이기 머라꼬' 했던 마음이 '브런치, 이기 어데고' 하는 마음이 됐다. 너무 간사한가? 브런치가 좋은 이유를 더 찾아보자. 매거진, 브런치 북 발행 기능이 글 품질이 들쑥날쑥할 수 있는 아마추어 작가에게 좋은 훈련 툴이 된다.
기획하고 전체 흐름에 맞춰 쓰는 훈련. 작가 말고 저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