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보자는 사람이 많다.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자리가 잦다. 12월은 여느 달과 달리 사람에 치인다.
만나면 대화를 한다. 길게 멍하니 있어도 편한 상대는 극소수, 아니 거의 없다고 해야겠다. 내겐 불알친구와 아내가 다인 듯. 그 외 자리에선 말을 해야 하고 말을 들어야 한다. 많은 말이 양 귀로 들고 나지만, 알맹이 있는 말은 많지 않다. 안부, 근황, 어쩌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들로 머리가 가득 찬 느낌이다.
술 약속 하나가 취소되어 이른 귀가를 했다. 강화된 방역 제한으로 만남이 있었어도 짧았겠지만.
뭔가 허전한 마음에 편의점에 들러 만원으로 맥주 네 캔을 샀다. 현관에 들어서자, 손에 든 맥주를 본 아내가 막걸리를 사 오라고 해서 바로 뒤돌아 편의점에 다시 다녀왔다. 아내 표현으론 먹어치워야 할 것들(스팸 반캔, 새우 다섯 마리, 갈빗살 반 팩)을 굽고 데워서 술상을 차렸다. 둘이 티브이 시청과 잡담을 동시에 하며 맥주와 막걸리를 마시는 짬짬이 이 글도 썼다.
밥은 같이 먹어도 똥은 혼자 싼다는 말이 왜 이 타이밍에 생각났을까. 만나는 사람이 갑자기 늘어난 며칠을 보냈더니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많은 얼굴과 무수한 말들. 나는 어디서 누구와 무슨 말을 지껄였을까. 버리고 남기는 정리가 필요하다.
나에게 글쓰기는 어쩌면 똥 싸기 같은 건지도 모른다. 보고 듣고 읽은 말들이 차면, 소화를 시켜야 한다. 나를 통과한 말들은 노트북에 싼다. 그래서 글은 혼자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