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야지

남의 글에 기대어

by 수필버거

"출항과 동시에 사나운 폭풍에 밀려다니다가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같은 자리를 빙빙 표류했다고 해서, 그 선원을 긴 항해를 마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긴 항해를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오랜 시간을 수면 위에 떠 있었을 뿐이다.”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남긴 말이다. 그는 잔인하게 덧붙인다.

“그렇기에 노년의 무성한 백발과 깊은 주름을 보고 그가 오랜 인생을 살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백발의 노인은 오랜 인생을 산 것이 아니라 다만 오래 생존한 것일지 모른다.”

-열한 계단 / 채사장 저-


인생에 대한 메타포겠지만, 코로나 2년의 은유로 읽었다. 잃어버린 세월. 어떤 노력도 무용했다. 작년과 올해는 오롯이 버티고 견디며 표류한 시간으로 기억될 같다.


어찌 됐던 또 살아내야 하니까, 며칠째 내년을 계획하고 있다. 같은 자리만 빙빙 돌지 않고 항해할 생각을 한다.

1년의 마지막 날, 나아지고 나아갈 일들을 궁리하며 가슴이 터질 듯 뛰진 않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마음이 밀치지도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호시우보하며 이루고 성장하는 일 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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