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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버거 Feb 21. 2022

쓰던 대로, 하던 대로.

행신 KTX는 낮시간대 공백이 있다. 대전역에서 한 시간 반을 혼자 놀았다. 역 광장에서 사방을 둘러봐도 딱히 갈 만한 카페가 눈에 띄지 않아대합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브런치 구독 작가 중 글이 올라오면 반가운 분이 둘 있다. 그중 한 분의 글이 피드에 있어 읽었다. 글에 댓글도 많고 라이킷도 많다. 이런 따뜻하고 섬세한, 그 마음 알 것 같 공감이 마구마구 되는 글이 쓰고 싶은 마음이 차오른다. 때마침 지나가던 과객이 내 글에 라이킷을 눌렀다는 알림이 떠서 내 글을 다시 읽었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삶의 촉수 작가( https://brunch.co.kr/@wji1780/349 )의 글로 돌아가 다시 읽었다.


대합실 딱딱한 의자에서 폰 메모장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제부터 오늘 출장을 나서기까지의 뜻밖의 마음 상태 변화에 대해 네 문단 쓰다가 미간을 좁히며 을 닫았다.


백팩을 챙겨 메고 롯데리아 콜라를 사서 광장 흡연실로 갔다. 촉수 작가의 글과 내 글의 차이를 생각하며 작가의 다른 글을 읽었다. 발행한 지 좀 된 글이라 그런지 댓글과 라이킷 더 많다. 특히 댓글들의 길이와 깊이에 놀랐고 부러웠다. 독자가 이만큼 긴 댓글을 달고 싶게 하는 글, 본문에 호응하듯 속을 터놓는 댓글을 쓰게 하는 글의 힘. 나도 긴 댓글을 쓸 뻔했다.


기차 타고, 쓰던 글을 이어 쓰려고 노트북을 열었지만 이을 수가 없었다. 저렇게 쓰고 싶다는 마음과 이렇게 밖에 쓸 수 없는 내 글이 양쪽에서 사정없이 나를 잡아당긴다. 허공에 대롱거리다가 노트북을 덮었다.


글은 작가의 시선다. 안과 밖 읽어내작가의 시선은 온도와 결 있다. 따뜻한 시선, 세밀한 결. 흉내조차 어렵다. 그녀의 고유한 삶으로 벼린 시선일 테니까. 


그냥 손가락의 가는 대로 쓰자 하고 동대구로 향하는 기차에서 이 글을 쓴다. 차고 건조한 나의 시선과 그로 인한 글은 내 삶의 결과이다. 부럽다고 하루아침에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쓰는 길이 다른 걸로 치기로 한다. 나의 버석한 글이 간결라고 읽히면 좋겠다.


낮에 쓰던 글은 내일 마저 . 그냥, 내 방식대로.

어떤 방향으로 던 나아지겠거니 하면서. 다름이고 다양함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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