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신행 KTX는 낮시간대에 공백이 있다. 대전역에서 한 시간 반을 혼자 놀았다. 역 광장에서 사방을 둘러봐도 딱히 갈 만한 카페가 눈에 띄지 않아서 대합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브런치 구독 작가 중 글이 올라오면 반가운 분이 둘 있다. 그중 한 분의 글이 피드에 있어 읽었다. 글에 댓글도 많고 라이킷도 많다. 이런 따뜻하고 섬세한, 그 마음 알 것 같아공감이 마구마구 되는 글이 쓰고 싶은 마음이 차오른다. 때마침 지나가던 과객이 내 글에 라이킷을 눌렀다는 알림이 떠서 내 글을 다시 읽었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삶의 촉수 작가(https://brunch.co.kr/@wji1780/349)의 글로 돌아가다시 읽었다.
대합실 딱딱한 의자에서 폰 메모장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제부터 오늘 출장을 나서기까지의 뜻밖의 마음 상태 변화에 대해 네 문단째 쓰다가미간을 좁히며 앱을 닫았다.
백팩을 챙겨 메고 롯데리아 콜라를 사서 광장 흡연실로 갔다. 촉수 작가의 글과 내 글의 차이를 생각하며 작가의 다른 글을 읽었다. 발행한 지 좀 된 글이라그런지 댓글과 라이킷이 더 많다. 특히 댓글들의 길이와 깊이에 놀랐고 부러웠다. 독자가 이만큼 긴 댓글을 달고 싶게 하는 글, 본문에 호응하듯 속을 터놓는댓글을 쓰게 하는 글의 힘. 나도 긴 댓글을 쓸 뻔했다.
기차를 타고, 쓰던 글을 이어 쓰려고 노트북을 열었지만 이을 수가 없었다. 저렇게 쓰고 싶다는 마음과 이렇게 밖에 쓸 수 없는 내 글이 양쪽에서 사정없이 나를잡아당긴다. 허공에서 대롱거리다가 노트북을 덮었다.
글은 작가의 시선이다. 안과 밖을읽어내는 작가의 시선은 온도와 결이 있다. 따뜻한 시선, 세밀한 결. 흉내조차 어렵겠다. 그녀의 고유한 삶으로 벼린 시선일 테니까.
그냥 손가락의 가는 대로 쓰자 하고 동대구로 향하는 밤기차에서 이 글을 쓴다. 차고 건조한 나의 시선과 그로 인한 글은 내 삶의 결과물이다. 누가 부럽다고 하루아침에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쓰는 길이 다른 걸로 치기로 한다. 나의 버석한 글이 간결이라고 읽히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