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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버거 Nov 21. 2022

개냥이 통이의 산책

형제 중에 제일 못났다고 몬내미라고 불렀었다. 크면서 살이 올라 통통이(줄여서 통! 해도 알아듣는다)라고 부른다. 두 살짜리 암고양이. 회사에 사는 두 마리 중 한 녀석이다.


나는 제일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사람이다. 자연스 고양이 똥 치우고 밥 주는 건 내 담당이 됐다. 동물은 먹이 주는 사람을 따른다고 한다. 일을 할 때도, 뒤뜰에 서성거릴 때도 통이 항상 졸랑졸랑 따라다닌다. 이렇게 따르니 나도 이 아이가 제일 예쁘다. 몬내미라고 불렀던 게 미안하다.




통이는 일찍 출근해서 옷을 갈아입고 산책을 가는 나를 따라나서는 날이 많다. 물론 지가 바쁘지 않아야 그렇다. 잠, 밥, 똥 중 일 때는 나가든지 말든지 관심이 없다. 따라 나오는 거리가 점점 길어지더니 엊그젠 산까지 같이 올라갈 기세였다.


회사에서 가까운 앞산 산책로는 초입의 나무 계단 오르면 짧게 흙길을 만나고 다시 나무 계단이 나오고 계단이 끝나면 메인 맨발 산책길을 만나는 구조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 계단이고 길이는 이백 미터쯤 된다.


공장을 나와 소방도로를 따라 걸으며 휴대폰으로 음악을 틀면서 보니 통이가 주춤주춤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오늘은 어디까지 따라오나 싶어 흘끔흘끔 보며 걸었다. 도로 끝이 제 구역 한계선일 텐데, 생각하며 나무 계단에 발을 올렸다. 도롯가 전봇대에 서서 잠시 나를 보더니 결심(?)한 듯 달려와 계단을 뛰어올랐다. 오호, 큰 용기 냈는걸?


첫 번째 나무 계단 구간을 지나 흙길에서 통이를 동영상으로 찍었다. 신기해서. 고양이 같은 영역 동물에게 산책은 학대라고 들었는데, 강아지처럼 앞장서기도 하고 내가 따라오는지 확인하며 옆을 뛰기도 다. 지나는 사람이 없어서 거기까지 따라올 엄두를 냈나 보다. 그만 돌아가겠지 하고 나는 두 번째 나무 계단성큼 올랐다. 돌아갔으려나? 뒤를 보니 주춤주춤 하다가 나를 보고는 또 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냐~~ 냐~~, 이걸 짖는다고 해야 하나, 운다고 해야 하나.

  


이 녀석은 냥이 탈을 쓴 강아지인가. 계단 끝 맨발 산책로엔 사람이 여럿 걷고 있었고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사람도 몇 있었다. 사람들은 나 한 번, 통이 한 번 쳐다봤다. 나도 이 길을 따라 산책을 몇 년 했지만 고양이와 산책을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으니 신기한 장면이었겠지. 이제는 돌아가려나? 휘적휘적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통이는 지나는 사람들에 움찔거리면서도 그 자리에 서 있다. 걱정이 돼서 나도 멈춰 섰다. 멀리서 잠시 보고 있으니 그제야 돌아내려가는 게 보였다.


산 둘레길을 걸으면서도 통이가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거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산책을 나설 때다른 코스내려가서 동네 슈퍼에 들러 커피를 마실 생각이었는데 던 길로 다시 내려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다시 그 자리까지 가면 40분쯤 걸릴 텐데, 걷는 내내 마음이 쓰였다.


내려오는 길. 맨발길에서 계단으로 꺾이는 에는 통이가 보이지 않았다. 회사로 갔나? 생각하며 계단을 내려오는데 밑에 풀을 뜯어먹고 있는 고양이가 보였다.

  


냐옹 거리며 뛰어가는 통이를 보며 이 녀석이 기다렸구나, 다른 길로 갔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었다.


회사에 있는 두 고양이를 보면 미안한 마음이 종종 들었다. 집에 있는 애들은 어찌  포시럽게 사는데, 회사란 환경은 아무리 돌봐줘도 집보단 열악하다는 생각에 그랬다.


고양이가 영역 동물임을 감안해도 마음껏 뛰놀고 풀도 뜯고 흙에 뒹굴며(고양이 목욕이란다) 사는 얘들이 어쩌면 집에 갇혀 있는 아이들보다 더 행복한 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단정적으로 말하진 못하지만. 찍은 동영상을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귀엽다, 어쩐다 반응과 함께 쟤들이 집 애들보다 훨씬 행복해 보인다는 아내의 답글도 있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행복은 자신의 잣대로만 잴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그것으로는 측량할 수 없다.

내 기준으로 너의, 그의, 그녀의, 냥이들의 행복을 평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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