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쓰기로 했다.
소주를 마셨다. 음주 글. 취중 글쓰기.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데, 써야겠다는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그렇다면 써야지. 알코올끼가 있으면 뭐 어때.
난 봐주기로 했다. 내 브런치에 내 글 써 올리겠다는데 누가 뭐랄까.
당신들이 봐줄지 말지는,
모르겠다.
엊그제 막내가 두 번째 휴가를 나왔고 오늘에야 삼 형제와 나, 아내까지 다 모여 밥을 먹으러 갔다.
집 가까운 동네 뒷고기 집.
엄마의 입맛에 맞추기로 합의를 봤다.
고기를 주문하며 큰 애가 소주를 시켰다. 술이 먼저 나왔다. 건배를 하잔다. 크윽, 캬아.
둘째가 우리 이렇게 다 함께 밥을 먹는 건 오랜만이라고 했다. 맞다. 몇 달 된 것 같다.
막내가 다 같이 술을 마시는 건 더 오랜만이라고 했다. 오호, 그런 것 같다. 누구 하나는 꼭 빠지거나 뺐다.
아내도 소주 한 잔 달라고 했다. 오우~ 오~ 우와~
아내도 웃는다.
아내는 소주를 좋아하지 않는다. 잘 마시지도 못한다. 막걸리, 맥주 취향.
소주잔 다섯 개가 공중에서 부딪힌다.
울컥. 난, 왜… 울컥한 거지?
나는… 디폴드 값으로 ‘미안'을 깔고 산다.
큰 애가 여자 친구와 북성로에서 술떡이 되어 야밤에 데리러 갔던 일.
둘째의 여친 부심.
막내가 부대에서 운동으로 확 넓어진 어깨 이야기.
큰 애가 다음 주에 면접 본다는 얘기와 장학금 이야기.
오늘 제가 쏘께요, 하는 둘째 목소리.
한 잔 더해라 했더니 어제 과음으로 힘들다 하는 막내 목소리.
떠들썩했다.
막 잔.
-이거 먹고 가자.
문득, 둘째가 아빠, 건배사 하세요 한다.
에헤이...
-고맙다. 잘 커줘서.
-우~~~~ 크크크.
상투적이라 이거지?
진심이다. 이놈들아.
우리 다섯, 든든해요.
큰 애의 말이다.
쓰고 싶었다.
나는 써서 후련하다.
읽는 분들껜 미안하다.
글에서 술 냄새가 폴폴.
일찍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