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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버거 Aug 03. 2022

음주 작문

쉰, 삶은 여전하다

이건 쓰기로 했다.

소주를 마셨다. 음주 글. 취중 글쓰기.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데, 써야겠다는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그렇다면 써야지. 알코올끼가 있으면 뭐 어때.

난 봐주기로 다. 내 브런치에 내 글 써 올리겠다는데 누가 뭐랄까.

당신들이 봐줄지 말지는,

모르겠다.



엊그제 막내가 두 번째 휴가를 나왔고 오늘에야 삼 형제와 나, 아내까지 다 모여 밥을 먹으러 갔다.

집 가까운 동네 뒷고기 집.

엄마의 입맛에 맞추기로 합의를 봤다.



고기를 주문하며 큰 애가 소주를 시켰다. 술이 먼저 나왔다. 건배를 하잔다. 크윽, 캬아.

둘째가 우리 이렇게 다 함께 밥을 먹는 건 오랜만이라고 했다. 맞다. 몇 달 된 것 같다.

막내가 다 같이 술을 마시는 건 더 오랜만이라고 했다. 오호, 그런 것 같다. 누구 하나는 꼭 빠지거나 뺐다.

아내 소주 한 잔 달라고 했다. 오우~ 오~ 우와~

아내도 웃는다.

아내는 소주를 좋아하지 않는다. 잘 마시지도 못한다. 막걸리, 맥주 취향.



소주잔 다섯 개가 공중에서 부딪힌다.

울컥. 난, 왜… 울컥한 거지?

나는… 디폴드 값으로 ‘미안'을 깔고 산다.



큰 애가 여자 친구와 북성로에서 술떡이 되어 야밤에 데리러 갔던 일.

둘째의 여친 부심.

막내가 부대에서 운동으로 확 넓어진 어깨 이야기.

큰 애가 다음 주에 면접 본다는 얘기와 장학금 이야기.

오늘 제가 쏘께요, 하는 둘째 목소리.

한 잔 더해라 했더니 어제 과음으로 힘들다 하는 막내 목소리.

떠들썩했다.



막 잔.

-이거 먹고 가자.


문득, 둘째가 아빠, 건배사 하세요 한다.

에헤이...


-고맙다. 잘 커줘서.

-우~~~~ 크크크.


상투적이라 이거지?

진심이다. 이놈들아.


우리 다섯, 든든해요.

큰 애의 말이다.



쓰고 싶었다.

나는 써서 후련하다.  

읽는 분들껜 미안하다.

글에서 술 냄새가 폴폴.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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