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필버거 Jul 24. 2022

애인 있으세요?

쉰, 삶은 여전하다

-애인 있으세요?

종종 받는 질문이다.


-없어요.
-없는데요?

-저한테 왜 그러세요.


정해놓은 대답은 없다.

그냥 자리에 따라, 질문하는 사람에 따라 생각나는 대로 대충 답하고 만다.


열심히 사랑하고 어렵게 이별했으며 또다시 사랑을 기다리지만 어쩌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우리 모두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나 공평해서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아팠다. 그래도 그 사실을 확인하고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의 온도는 조금 더 올라가 있지 않았을까. 그것이 기억이 가진 힘이고 누가 이야기하느냐와는 상관없이 모든 이야기가 가진 힘이니까.

- <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작> 중에서


사랑은 떨림이다.

떨림은 진동이다.

물리법칙에 따라 진동하는 모든 것은 열을 발산한다.

미지근, 따뜻, 뜨끈뜨끈, 펄펄, 활활.


자기 마음을 그토록 열렬히 들여다보게 하는 일이 사랑 말고 또 있을까.
남의 마음을 죽을 만큼 궁금해하는 일이 사는 동안 몇 번이나 있을까.
가슴이 쿵쾅대고 볼이 빨개질 만큼 열이 나서 그 달뜸에 잠도 들지 못하는 시간들.  
절실히 살아있는 순간.

열은 에너지다.
열역학 제1 법칙은 '에너지는 발생하거나 소멸하는 일 없이 열, 전기, 자기, 빛, 역학적 에너지 등 서로 형태만 바뀌고 총량은 일정하다'라고 한다.
가슴속 뜨거웠던 열은 자식의 졸업장으로, 아파트로 형태를 바꾸고 나니 중년이다.  
나는 여전히 살아있는데 살아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뭘 해야 하나.
책으로 음악으로 영화로 여행으로 가슴을 달구려 애를 써보지만 약효가 짧다.  
뜨거운 떨림을 다시 느끼고 싶은데.  

더 늦으면,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그 질문에 깔려있는 마음일 게다.


성의 없고 방어적인 내 대답이 질문을 잇게 하나 보다.
-왜요?

  
-엉?

이제 질문을 이렇게 이해한다.
-그냥, 소설 같은, 가슴 떨리는 그런 스토리 있으면 하나 흥미롭게 들려주실래요?

-없어요.
-없는데요?

-저한테 왜 그러세요, 예?
 





휴지통(0)              

비우기








매거진의 이전글 기억의 보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