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사랑하고 어렵게 이별했으며 또다시 사랑을 기다리지만 어쩌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우리 모두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나 공평해서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아팠다. 그래도 그 사실을 확인하고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의 온도는 조금 더 올라가 있지 않았을까. 그것이 기억이 가진 힘이고 누가 이야기하느냐와는 상관없이 모든 이야기가 가진 힘이니까.
- <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작> 중에서
사랑은 떨림이다.
떨림은 진동이다.
물리법칙에 따라 진동하는 모든 것은 열을 발산한다.
미지근, 따뜻, 뜨끈뜨끈, 펄펄, 활활.
자기 마음을 그토록 열렬히 들여다보게 하는 일이 사랑 말고 또 있을까. 남의 마음을 죽을 만큼 궁금해하는 일이 사는 동안 몇 번이나 있을까. 가슴이 쿵쾅대고 볼이 빨개질 만큼 열이 나서 그 달뜸에 잠도 들지 못하는 시간들. 절실히 살아있는 순간.
열은 에너지다. 열역학 제1 법칙은 '에너지는 발생하거나 소멸하는 일 없이 열, 전기, 자기, 빛, 역학적 에너지 등 서로 형태만 바뀌고 총량은 일정하다'라고 한다. 가슴속 뜨거웠던 열은 자식의 졸업장으로, 아파트로 형태를 바꾸고 나니 중년이다. 나는 여전히 살아있는데 살아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뭘 해야 하나. 책으로 음악으로 영화로 여행으로 가슴을 달구려 애를 써보지만 약효가 짧다. 뜨거운 떨림을 다시 느끼고 싶은데.
더 늦으면,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그 질문에 깔려있는 마음일 게다.
성의 없고 방어적인 내 대답이 질문을 잇게 하나 보다. -왜요?
-엉?
이제 질문을 이렇게 이해한다. -그냥, 소설 같은, 가슴 떨리는 그런 스토리 있으면 하나 흥미롭게 들려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