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필버거 Apr 09. 2023

소설 같은 일, 일 같은 소설

#밀리에디터클럽 #밀리의서재

밀리의 서재 '밀리 에디터 클럽' 1기에 선정되었습니다. 경쟁률이 8:1이었다네요. 예상보다 지원자가 많아서 선정 발표를 미룬다는 카톡을 받고, 내가 너무 성의 없이 지원서를 쓴 거 아닌가 후회하며 반쯤 포기를 했었는데, 어떻게 당첨이 됐습니다.
첫 미션은 출간 아이템 제안하기입니다. 며칠 궁리하다가 제 글쓰기 목표를 기획안으로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그래도 되나?'란 고민을 했습니다. 제가 유명인도 아니고 어디 내놓을만한 특출 난 경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라서 좀 마음에 걸리지만, '안 될 건 또 뭐야'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더군요. 그래서. 내지르기로 했습니다.


#왜 이런 책은 없을까

단편 소설을 쓰는 것이 금년 글쓰기 목표 중 하나다. 습관처럼 관련 책부터 찾았다. 내비게이션이 필요하니까. 내 책장, 서점, 밀리의 서재를 뒤졌다. 유명 소설가와 기성 작가들의 책은 꽤 있다.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정유정, 지승호 저/은행나무), 작가의 글쓰기(이명랑 저/은행나무), 소설가의 일(김연수 저/문학동네), 무엇이든 쓰게 된다(김중혁 저/위즈덤하우스) 등등. 소설 작법서, 소설가의 일상, 작가 자신의 글쓰기 에세이 책은 많다. 하지만 글쓰기 초보자가 생계로서의 일과 첫 소설 기를 동시에 하며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책은 찾지 못했다. 첫 소설 쓰기가 쉽진 않을 텐데, 소설가 지망생들은 다들 홀로 끙끙거리며 산고를 참으며 쓰나 보다.  


작법서를 뒤져가며,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며, 일상을 살아내며 생애 첫 소설을 쓰려고 애를 쓰는 내용의 에세이 한 권쯤은 밀리의 서재나 브런치에 있어도 좋지 않을까? 수능 만점자의 공부 비법보다는 나랑 비등비등 하게 공부 못하던 친구의 생생한 고생담, 그래서 전국 몇 등까지는 못되더라도 반에서 몇 등이라도 성적이 올라간 친구의 작은 성장담이 더 와닿지 않을까? 슈퍼 히어로가 지구를 구하는 것 말고 내 이웃의 평범한 사람이 작은 성장을 해나가는 스토리의 에세이.

가만있자... 없다면, 내가 그런 책을 쓰면 되지 않나?  

 

#장강명 작가 때문이었다.

발만 담그고 있던 브런치에 다시 글을 열심히 쓰기로 결심한 건 재작년, 그러니까 코로나 시국 2년째 되던 해 12월이었다.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의 시간 속에서 내가 운영하는 회사는 망가지고 있었고 급기야 20여 년 만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까지 들 무렵이었는데 왜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 졌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뭐라도 매일 쓰기로 했고 자주 썼다.

그즈음 읽은 책이 장 강명 작가의 '책 한번 써봅시다(장강명 저/한겨레출판)'였다. 책문장이 눈길을 잡았다. 이왕 글쓰기를 할 거면 작가 말고 저자가 되어 보라는 말. 조건은 이랬다. 한 주제로 원고지 600매를 써 보는 것. 쉽지 않은 일이므로 600매를 쓰면 장 작가 기준으로 출간 여부와 상관없이 저자로 인정할만하다는 내용이었다. 친절하게도 한글 파일로 글자수 확인 하는 방법원고지 매수로 환산하는 기능까지 알려줬다.


브런치 작가 선정을 통과하고 브런치에 글 쓰는 사람들은 서로 작가님이라고 부르지만, 나 스스로 작가라고 칭하기는 여전히 어색했다. 글쓰기를 시작했으니 작가 소리는 듣고 싶지만, 그러려면 출간을 하던지 등단을 해야 진정 작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네, 장 작가 말이 네, 그래, 까짓 거 600매 한번 써보지 뭐.


뭘 쓸까 고민하다가 나도 글쓰기 초보자니 글쓰기에 필요하다고 모두가 인정하는 요소들을 따라가며 저자로 성장하는 에세이를 쓰면 읽히겠다고 생각했다. 작법서 여러 권을 검토하고 글쓰기에 필수적인 항목이라고 생각되는 것들로 내 나름의 목차를 짰다. 이게 뭐라고 꼬박 한 달 걸렸다. 그리고 그때그때의 내 일상을 소재로 목차에 맞춰 에세이를 썼다. 일을 하는 내 삶을 씨줄로, 글쓰기에 필요한 항목을 날줄로 삼아 육 개월간 6개의 장과 37개의 꼭지로 된 원고지 604매짜리 '브런치 북'을 완성했다. (아래 링크 참조)

많지 않은 구독자지만, 칭찬과 공감을 해주는 이도 있었고 자주 쓰시니 글이 좋아졌어요 라는 격려의 댓글을 달아주는 이도 있었다. 석 달이면 쓸 거란 예상은 무너지고 완성까지 여섯 달이 걸렸지만 아무튼 쓰고 나니 진짜 내가 작가란 호칭을 들어도 되지 않나란 마음이 생기긴 했다. 한 가지 주제로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이어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성취감은 컸고 작가란 자의식도 꼬물꼬물 싹텄다.


수필버거의 브런치 북 "책 한 권 써 봤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ook-writing 
https://brunch.co.kr/brunchbook/book-writing-2


#'소설 같은 일, 일 같은 소설' (가제假題)

나는 작은 제조업을 이십여 년째 하고 있다. 50대이며, 한 번의 혹독한 사업 실패를 겪었고 동일 업종에서 재기를 하는 와중에 코로나로 다시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 작년에 가슴 졸이며 진행한 구조조정 덕에 올해는 도약을 꿈꾸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고 있다.

작년에 쓴 브런치 북은 위태로운 사업 구조조정의 과정을 겪으면서 한편으로는 한 주제로 원고지 600매 쓰기를 하는, 브런치 작가에서 진정한(?) 저자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이번 책은 창업 같은 재도약을 하는 과정과 생애 첫 소설 쓰는 과정을 엮고 묶어 책 한 권 분량을 목표로 연재할 예정이다. 저자에서 소설가(?)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단편 소설은 완성 후 내놓을 생각이다.


#기획 포인트

책을 읽는 사람, 즉 모든 독자는 언젠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다고 믿는다. 잠재 작가인 독자들에게 별 같이 빛나는 유명 작가들의 글 쓰는 이야기도 유용하겠지만, 어쩌면 길거리에서, 선술집에서 흔히 만날 법한 동네 아저씨 같은 소시민이 열심히 일을 하며 첫 소설을  쓰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훨씬 가깝게 느껴지는 좋은 자극제가 될지도 모를 일 아닌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