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가르고 가을을 만났다

by 수필버거

대구를 관통하는 신천(新川)은 남에서 북으로 흐른다.

수성구에서 출발하면 중구 북구 쪽으로 살짝 내리막이다.

의식하지 못하고 달리다가 남쪽 내 집으로 돌아올 때에야 허벅지로 된통 알게 된다.


몇 년을 창고에 처박아 뒀던 자전거를 꺼내 작은 손질을 하고 신천변을 달렸다.

와락 달려드는 바람. 아니, 내가 바람 품으로 뛰어드는 느낌이 새삼 신났다.

토요일의 자전거 타기는 북으로 짧게 갔다가 남으로 돌아왔다.


세 번의 여름동안 산길만 걸었다.

습도 높은 날들 속으로 헤엄치듯 허적허적 숲 속을 걸었다.

가끔 자전거 생각이 났지만 꺼내고 수리하는 번거로움을 떠올리다 차일피일한 날들이 그만 천일 가까이 쌓여버렸다.


엊그제 토요일에 마침내 거사(?)를 치르고 큰 기쁨을 찾았다.

그리고 일요일.

책을 읽고 모니터를 보다가 또 타고 싶어졌다.


동쪽과 서쪽 코스를 고민하다가 월드컵 경기장과 청계사 코스는 다음 주말로 아껴두고 가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예전처럼 팔조령 옛길을 뒤뚱거리며라도 오르려면 늦가을쯤 돼야 할 게다.

가창 면사무소 앞 찐빵로드까지만 갔다 오기로 한다.


언제나 저만치 앞서는 마음을, 지금 내 상태 생각 않고 무리해서 좇으면 탈 난다.

내 인생의 아픈 진리다.

조급증 견디기.

몸도 마음도 살살 달래 가며 써야 할 나이기도 하다.



세 시였나 네 시였나 또 제일 뜨거운 시간이었다.


바짝 달궈진 햇발이 불화살처럼 푹푹 내려 꽂히고 있었다.

땅에도 내 뒷목에도 내 어깨에도.

땀이 피처럼 철철 흘렀다.


토요일 자전거 타기 전과 후의 몸무게 차가 거의 2kg에 달했다.

땀쟁이라 수분이 왕창 빠져서 그랬겠지만 저울 위에 나 말고 큰 물주머니가 올라 있는 상상을 했다.



콜라 대신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샀다.

당장 입에 단맛은 갈증만 키우지만 쓴맛은 제 몫을 하고는 미련 없이 지나간다.

담백이 진리다.


차가운 커피가 식도에서 위장에 이르는 길을 엑스레이 찍듯 확인해 준다.

몸이 젖어 바람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약한 공기의 흐름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커피 한 모금.


하늘 한 번.


그래. 이 맛이지. 살아있는 맛.


아직 가을은 하늘 저 높이 머물고 있다.


뜨거움은 땅으로 다 뿌리고 하늘 저만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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