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봄

by 수필버거

나의 사계는 봄, 겨울, 가을, 여름이었다. 업(業)의 특성 때문이다. 겨울 성수기, 봄 여름 비수기. 그래프의 낙폭이 이과수 폭포 같다. 몸이 봄을 느끼면 마음은 월동 준비를 했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봄 뒤의 겨울은 점점 혹독해졌다.


오후 한 시. 공장에서 북카페로 다시 출근한다. 계단을 올라 3층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 달간 몸에 익힌 순서대로 착착 움직인다. 고양이 밥통을 채우고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청소기를 돌린다. 그러고도 몇 가지를 더 제법 익숙하게 하고선 단체석 구석 자리에 백팩을 내리고 노트북을 꺼내 전원 버튼을 누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면서 통창으로 거리를 내려다본다. 사람들 옷차림이 많이 가벼워졌다. 반바지, 반팔티를 입은 젊은 친구들도 드문 보인다. 아직은 쌀쌀한 새벽에 나오느라 걸쳐 입은 패딩 주머니에 괜히 손을 넣었다 뺀다. 폰 캘린더를 보니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고 내일모레가 경칩이다. 봄이다.


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대책회의 회원이 들어온다. 여기서 약속이 있단다. 잠시 뒤 독서 모임의 형님 한 분도 왔다. 에스프레소 한 잔 만들어 드리고, 슈퍼에 다녀온다고 잠시 책방을 부탁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침까지 부슬거리던 비는 개고 저 먼 하늘부터 파래져 온다. 며칠 만의 파란 하늘 배경으로 구름이 유난히 하애 보인다. 패딩의 지퍼를 반쯤 내렸다. 차가운 바람이 목을 스쳐 가벼운 소름이 돋았다 이내 사라졌다. 패딩을 벗어 팔에 걸쳤다. 바깥은 봄이다.






* 제목은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에서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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