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연을 봤다. 관객 50명이면 꽉 차는 공간. 공연이 없을 때는 LP바로 운영되는 가게다. 한두 달에 한 번쯤 공연을 하는 공간.
사오 개월 만에 본 공연은 참 좋았다. 해변에서 얼쩡거리지 않고 곧장 바다로 풍덩 뛰어든 느낌? 뮤지션도 관객도 함께 흠뻑 젖은 느낌이었다.
'소울 트레인'이라는 밴드인데, 보컬(임 윤정 님)이 아주 걸출하다.
3년 정도 클럽 공연을 보러 다녔지만 여전히 음악을 깊이 알지는 못한다. 들리는 대로 즐기는 수준. 연주는 크게 틀리지 않으면 잘하는 줄 아는 정도. 그러니 밴드 선정은 보컬에 많이 좌우된다.
육체의 재능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 노래가 그렇고 운동이 그렇다. 스스로 알아차리기가 비교적 쉬워 보인다.
자신의 재능을 빨리 알아차리면 길을 선택할 때 망설임도 작을게다.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공연장 사장이 친한 동생이다. 이 친구 얘기론 낮에 리허설을 할 때만 해도 뮤지션들이 4일째 이어지는 공연 스케줄에 많이 지쳐 보이더라 한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눈치 채지 못했다. 신나 보였고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재능이 박수를 만나면 뭔가가 불끈 솟구치나 보다. 누군가의 말처럼 재능은 없고 열정만 있다면 성공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는 쉽지 않겠지? 열정이 사람을 많이 고단하게 할 것 같다.
글을 읽건 공연을 보건 또 '내'가 보인다.
내가 꽤 긴 세월 동안 하고 있는 사업 분야에서 '내가 과연 재능이 있는지, 없다면 성실하기라도 한지' 스스로 의심하는 요즘이다.
거기에 의심을 하나 더 보태고 있다. 글쓰기.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동안은 브런치를 자주 읽지 못했다. 읽어야 분석을 하거나 잘 쓰는 사람들에게서 배우기라도 할 텐데 자격지심 때문 인지 편안하게 읽지 못했다. 어렵게 작가로 선정이 되고 나서야 겨우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어라? 재밌네! 그간 읽지 못했던 건 질투 때문이었나 보다. 물론 선호하지 않는 글과 작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잘 쓴다. 진입장벽이 있는 플랫폼의 품질보증 같은 느낌.
우연히 한 작가의 글을 읽었다. 훅 빨려 들어갔다.
당기는 힘이 있는 글. 소재가 좋은가? 솜씨가 좋은가? 구독을 누르고 글이 올라올 때마다 읽었다. 계속 좋다. 댓글도 남겼다. 어제는 퇴근 후 작정하고 읽었다. 매거진 한 개를 첫 글부터 35번 글까지 정주행을 했다. 넷플릭스 보듯이. 이 작가는 분명한 재능이 있다고 느꼈다. 재능에 성실까지 갖췄으니 작가가 원하는 대로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또 부럽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서도 한참 동안 글 한 자 쓰지 못했다. 신참의 욕심이려니 생각했다. 겨우겨우 두 개의 글을 발행했다. 그즈음 다른 브런치 작가의 글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아.. 제길... 그들의 글이 부럽고 내 글이 부끄럽다. 발행 취소도 심각히 고려했다. 그러지는 못했지만. 지우고 또 써도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래나 달리기는 눈에 확 띄는 재능이다. 내게 없다 싶으면 쉽게 포기도 될 듯도 싶다. 노력을 해도 분명 한계가 있다. 글쓰기도 분명 재능이 관여하는 분야일 텐데 쉽게 포기가 안된다.
너무 하고 싶어서일까? 열정만 있어서일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재능의 영역이라서 일까?
코딱지만 한 사업을 하면서도 나는 재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해 왔다. 좌충우돌. 그래프가 어지러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이제 와서 재능은 없구나 하고 있지만.
시간낭비였을까? 그 긴 세월이? 내게 맞지 않는 옷이었을까?
아니다. 아니라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야 한다. 밥벌이를 중단할 수야 없는 일이다. 꿈보다 해몽을 이렇게 저렇게 갖다 붙인다. 어쨌건 계속해야 할 일이고 조그마한 성취라도 그래도 기대는 해 볼만 하다고 믿는다.
억지를 부리는 느낌이다.
문제는 글쓰기다. 이제 시작이니까.
혼자 끄적이다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열정과 욕망이라는 연료는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공연을 보며 브런치를 읽으며 타인의 재능을 보았다. 시작부터 내 재능에 대해 의심이 든다. 또 시간만 허비하려나.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꿈은 꿈으로만 남겨둬야 했나. 그래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