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님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신발끈을 다시 죄며 #1. 박완서의 말
마음은 흩어져있고, 몸은 가라앉아있고, 발은 천근만근이다. 내가 그런 상태임을 알고도 근 일 년을 버텼다.
외면이나 방치일 수도 있다.
계기가 필요해. 번쩍하는 뭔가가 올 거야. 이런 마음이었지만 여태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고,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안다. 의욕이 생겨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의욕이 생긴다는 것을.
왜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축 늘어져 있기만 했을까.
책 중에서도 인터뷰집이나 대담집을 좋아한다. 글에 비해 휘발성이 강한 말들을 붙잡아 종이 위에 박아둔 책들.
글보다 덜 정제되어있지만 훨씬 생생한 말의 느낌을 좋아한다.
'박완서의 말'을 읽었다.
인터뷰어가 여럿이고 시기도 여러 가지인 인터뷰집이지만, 워낙에 유명한 작가인지라 질문들은 비슷하다.
유년시절, 어머니, 늦은 등단, 가족의 상실 등.
박 완서 작가의 대답도 크게 다르지 않고 중복인 듯 아닌 듯 조금씩 결만 다르다.
책을 덮었다. 내용은 오간데 없고 난데없는 조급증만 뇌리에 남는다.
스스로 지난날들을 반추해도 그렇고, 가족을 위시한 나 아닌 타인에게 남는 기억도 그렇겠고, 한 사람의 인생은 숭덩숭덩 썰어내고 덜어내면 몇 덩이만 남는가 보다.
'아이고 큰 일 났다. 내 인생은 이게 뭐지.' 하는 생각에 멍해졌다.
생각을 거듭해봐도 잘못했다간 스스로에게도 주변에도, 나라는 사람은 무엇하나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열심이지도 않았던 그저 그런 인생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삶이 꼭 뭐를 이뤄야 하거나 거창한 것을 남겨야 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자기 자신이 그 아무것도 없음이 괴롭다면 변해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둑한 시간이었지만 운동화를 찾아 신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대문을 나섰다.
목적지도 없이 걷고 걸으며 생각을 곱씹었다.
그 날은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다음 날 새벽엔 산으로 갔다. 걸었고 음악을 들었고 땀을 흘리며 다시 생각을 했다.
몸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늘 하던 운동과 산책이지만 그 날의 맛은 분명히 달랐다.
피곤하지만 몸이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깨어나니 생각도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자, 다음은 흩어진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
결심은 마음을 묶는다는 뜻이다.
우선 흩어진 마음을 끌어모아야겠다.
마음이란 녀석이 어디서 따로따로 놀고 있는 걸까.
아니, 애초에 왜 흐트러진 걸까.
원인을 찾아야겠고, 끌어모아 묶은 마음을 단단히 세워둘 자리를 만들어야겠다.
글이 길어지겠다.
마음은 모아서 묶겠지만 글은 나눠야겠다.
다음 글에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