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필버거 Oct 08. 2020

그림을 배웠다.

맹묘 삼년지 교 (盲猫 三年之 交) #맹묘와의 3년 교류기 1편

키우는 고양이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다.

글에 붙여 넣으면 좋을 것 같아서 입양할 때부터의 사진을 찾아봤다.

역시 나는 무심한 사람이다. 같이 산 지 만 3년이 넘었는데도 사진이 별로 없다.

짐작은 했지만, 역시 그렇다. 예뻐하지만 사진은 잘 찍지 않는다. 나도 그렇고 아내도 마찬가지다.

이쁘게 나온 사진은 더 귀하다.


어쩌지.... 직접 그려볼까? 

며칠 끙끙거리며 개발새발 그리다가 포기했다.

어렵군. 음악동호회 모임에서 알고 지내는 화가님께 전화를 했다. 

간단한 스케치나 드로잉 정도라면 원포인트 레슨이 가능할 거라고 한다.


두 시간가량 일대일 레슨을 받았다.

속성 과외로 구도 잡는 방법과 비율, 윤곽선 등을 간단히 배웠다.

역시, 뭐든 비슷하다. 그림도, 글도, 일도, 공부도. 구도와 윤곽과 설계가 우선이다.


레슨 받는 날 그린 첫 그림이다.

비율이 이상하다. 머리가 너무 작아.... SF 같아....

외계 생명체 같다. 분명 고양이를 그렸는데....


며칠 뒤 다이소에 가서 2B 연필 한 다스와 스케치 북을 샀다.

두 번째 그림을 그렸다선생님이 안 계시니 불안 불안하다.

또 비율이 말썽이다.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진을 보고 그렸는데, '포털'에서 얼굴부터 빠져나오는 듯 보인다.

어렵군.

둘째 보리의 입양 무렵 그러니까 생후 두 달 즈음의 모습이다.

배운 대로 사각형 몇 개로 구도를 잡고 슥삭슥삭(낑낑)


펜으로 윤곽선만 남기고 지우개로 사아악 지웠다.
처음 잘못 잡은 비율은 못 고친다.
어쨌든 스케치는 완성. 채색은 아직 못 배웠다. 도구도 없다.

매일 그려야지 해놓고도 게으름 80, 바쁜 거 20 해서 또 며칠 손 놓고 있다가 겨우 연필을 잡고 그렸다.

아래 세 번째 그린 그림은 좀 나아진 듯 보인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자랑도 했다. 성의 있는 칭찬도 들었다.

실력이랄 게 없으니, 원본에 따라 편차가 크다.

아직 내가 원하는 그림체가 나오진 않지만, 그래도 연습을 계속해야지 하는 마음은 유지된다.

다행이다.


'글, 그림 : 수필버거'로 두 냥이와 함께 사는 이야기를 쓸 것이다.

부족한 사진은, 더 부족한 내 그림으로 채우면서.

앞을 보지 못하는 첫째 래미와 발랄한 깍쟁이 둘째 보리 이야기를.

냥이 집사가 될 거라는 생각은 평생에 단 1초도 해보지 않았던 나와 아내가 열렬한 집사가 된 이야기를.


작가의 이전글 오랜 친구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