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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버거 Dec 14. 2020

하루를 짓다.

보고, 읽고, 쓴다. #창작자들 (포레스트 북스, 2020년)

"이런 분들 참 많아요."

환자들이 가장 안도하는 말이란다. 의사 친구로부터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위안을 받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안도했다.

내게 이 책은 그런 책이었다. 위안 그리고 안도.


창작자들(포레스트 북스, 2020년)

한국 영화계에서 큰 성취를 이룬 감독과 배우의 강연을 모아 엮은 책이다.

그들의 시작도 멋지기만 한건 아니었고, 감독이 되고 배우가 된 이유는 사소했다고 말한다.

재능은 항상 의심의 대상이고, 확신은 오직 남들의 전유물 같았다고 한다.


그래도, 재능의 유무와 관계없이, 성공의 확신과 상관없이, 그들은 하나의 공통적인 기를 한다.

그 일이 재밌다고.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한다고. 통과하는 일상의 모든 상황을 일과 연관 지어 생각하고 상상하고 관찰한다고.


나도 그렇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우리, 모두 그렇다.

확신에 가득 차서 한 생을 사는 이는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우리 일의 시작은 초라했었고 이유는 보잘것없었다.

그리고 우리도 하루 종일 일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밥벌이 때문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어떤 연유로 시작한 일일지라도, 꽤 긴 시간 하면서 얼마간은 잘하게 다.  

알면 사랑하듯, 잘하면 뿌듯하고 보람차다. 말로는 맨날 곧 내팽개칠 듯 하지만, 우리는 우리 일을 사랑한다.

더 잘하기 위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도 하루 종일 우리의 일을 생각한다.

다만, 재능이 있는지, 오래 할 수 있을지, 작은 성취나마 이룰 수 있을지를 끝없이 회의(懷疑)할 뿐이다.

그들처럼.


"자기만의 인생을 써 내려가는 우리 모두는 창작자들이다."

이 책의 뒤표지 쓰여 있는 말이다.


어떤 날이 좋아도, 날이 궂어도, 날이 적당해도, 그 날은 우리의 하루다.

나와 당신은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창작했다.

쌓이고 쌓여 당신과 나의 인생이란 '이야기'가 될 것이다.


"재능이 있는 사람도 재능이 없는 사람도 배우를 하다 보면 분명 좌절하는 순간이 와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도 계속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저 좌절도 재능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재능이 없다는 게 꼭 포기를 해야 할 이유만 되는 건 아니라는 말을.

그 과정조차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무송 배우의 말이다.


이 책을 인생의 출발선에 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출발선에 선 이들이 젊은이의 모습으로 떠오르는가?


아니다. 우리의 남은 날들의 출발선은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매일의 순간이다.


그렇다. 당신께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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